[행간] 남북 고위급 접촉의 리셋효과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요?

◆ 김성완> 구입한 지 오래된 컴퓨터가 버벅대면 어떻게 하세요, 보통?

◇ 박재홍> 껐다 켭니다. (웃음)

◆ 김성완> (웃음) 맞습니다. 보통 리셋 버튼을 누르게 되잖아요. 그러면 컴퓨터가 다시 구동이 되면서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는데요. 이런 현상은 남북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의 리셋 효과,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그동안 정말 피 말리는 협상을 하지 않았습니까? 43시간, 지난 토요일부터 시작된 건데. 협상 타결 소식이 새벽에 전해지면서 국민의 마음까지 리셋됐다, 이런 평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성완> 이게 우리 심리적인 현상으로 보면 첫번째 효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10년 묵은 체증이 확 풀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들더라고요.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11일 우리 군이 북한의 지뢰도발 사실을 발표한 뒤부터 거의 불안과 긴장의 연속 아니었습니까? 남북이 서로 조그만 불꽃 하나만 튀어도 거의 교전 상태로 갈 수 있는 준전시상태나 마찬가지, 그런 긴장이 조성됐는데요. 다행히 무박 4일이라는 유례없는 마라톤 협상 끝에 오늘 새벽 남북이 합의문 형식의 공동보도문을 내놨습니다. 일단 파국으로 치닫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측면에서 리셋 효과가 분명히 있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지난 주말에는 김포에 사는 분들은 불꽃놀이인데, 포격 있는 거 아니야 이렇게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였어요. 이번 일로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남북관계가 안정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깊이 절감하지 않으셨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 김성완> 맞습니다. 사실 우리가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할 뿐이지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가 숙명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제 아무리 높은 바벨탑을 쌓으면 뭐하겠습니까? 서로 무너뜨리면 그냥 그걸로 끝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먹고 사는데 아무리 급급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만 겪으면 평화가 어떤 것인지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고위급 접촉은 한반도 정세 전체를 리셋하는 그런 효과가 나타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리셋효과, 어떻게 나타날까요?

◆ 김성완>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은데요. 방금 전에 심리적 효과를 말씀드렸지만 이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에 관한 효과일 것 같습니다. 첫째, 남북관계 그 자체가 리셋이 될 것 같습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과거 남북관계는 군사적 긴장과 대립, 그리고 화해를 계속 반복해 오는 그런 순환을 계속 이어왔거든요. 그런데 극도의 긴장이 조성됐을 때 오히려 관계개선의 출구, 여지가 보이는 그런 아주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싸우면서 친해진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친구끼리 심하게 다투게 되면 그다음에 오히려 화해하기도 쉽다, 그런 얘기인데요. 남북관계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에 서로 불신이 켜켜이 쌓여있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거꾸로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부터 줄곧 통일대박을 외쳤고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혀왔습니다. 문제는 만날 기회가 없었다는 건데요. 아무리 바쁜 사이라도 서로 대화를 하게 되면 뭔가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혀지게 되잖아요. 이번 고위급 접촉이 바로 그런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로 불신을 쌓아왔던 그 마음 속에 새로운 서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는 그런 계기가 심어졌을 것 같고. 그런 계기를 통해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좀 더 개선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남북관계 측면에서 리셋효과가 이번 협상으로 인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겁니다.

◇ 박재홍> 남북교류, 이산가족 상봉 문제라든지 민간차원의 교류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기대가 많이 되고. 두번째 리셋효과는 뭡니까?

◆ 김성완> 남과 북 체제의 리셋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겁니다. 남북관계는 단순히 관계 측면으로만 해석할 수가 없는데요. 남과 북 내부의 체제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보통 ‘북풍’이라는 말 자주 쓰잖아요. 북한의 위협을 오히려 우리 체제 안정을 위해서 이용한다, 이런 의미에서 ‘북풍’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이번 고위급 접촉 결과가 임기 반환점을 돈 박근혜 정부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사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 2년 반 동안 별로 한 일이 없다, 이런 비판이 많았지 않습니까? 불통에 공약파기에 컨트롤타워 논란에 지뢰도발로 안보에 무능한 보수정권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는데요. 그 결과로 지지율이 추락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고위급 접촉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요. 집권 2기를 꾸려갈 수 있는 국정동력도 동시에 회복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북한 김정은 체제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김정은 체제에도 비슷하다.

◆ 김성완> 그동안에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 흔들린다, 이런 지적이 많았는데요. 아마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박재홍> 세번째는요?

◆ 김성완> 동북아 외교에 리셋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사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동북아 외교에서,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외톨이 신세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미국과 일본이 아주 더 밀접해지지 않았습니까, 관계가.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우리는 미중일 사이에 끼어가지고 오히려 어정쩡한 이상한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이번 고위급 접촉으로 동북아 외교의 주도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해보게 되는데요. 사실 동북아 외교의 핵심은 물론 중국이라고 하는 G2국가가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남북관계거든요.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면 동북아 외교 전체가 흔들리는 거나 똑같거든요. 그러니까 한반도 정세의 당사자인 우리가 오히려 그동안에 소외되는 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번 기회에 남과 북이 동시에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북과 직접적인 대화 채널을 가동하게 되면 미국과 일본에 대한 발언권도 우리가 강해질 것 같고요. 남북관계를 고리로 중국과의 관계에도 조금 힘이 실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초에 미국의 전통적 우방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행사 참여하지 않습니까? 박 대통령의 외교행보에 전세계 언론의 이목이 모두 다 집중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다시 정리를 하자면 오늘 얘기는 이게 될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의 핵심은 대립이 아니라 평화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 기회를 잘 살려야 될 때인 것 같습니다.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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