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 30대 권율, 이제야 꽃핀 이유

[노컷 인터뷰] "자양분 된 무명시절들…도취되거나 흥분 않고 걸어갈 것"

배우 권율.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소년처럼 맑고 단정한 배우, 신인인 것 같지만 사실 데뷔 8년 차인 배우. 올해 33세인 배우 권율의 이야기다.

유독 동안인 그는 천만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의 아들 이회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시즌2'(이하 '식샤 2')에서 반전 사무관 이상우 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배우 인생에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권율이 겪었던 무명시절은 결국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작품들도 많았어요. 연기를 하지 못한 시간도 많았고요. 그런 순간들이 쌓여서 조금 더 관객들에게 진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됐고, 자양분이 됐던 것 같아요. 결코 헛된 시간은 없었고, 응원을 받는 상황 또한 어떤 에너지가 되는 부분이죠. 이것에 도취되거나 흥분하지 않고 늘 같은 박자로 꾸준히 앞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4~5시간 촬영해야 되는 '먹방'(먹는 방송)은 힘들었지만 '식샤 2'는 그에게 마치 휴가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 자신이 맡은 이상우 역할에 대한 애정이 크다. 자신과 이상우가 닮은 점이 많단다.

"상우는 자신의 존재를 감추면서 경계하는 모습인데, 저 같은 경우는 경계는 아니지만 사람을 만날 때 신중한 편이에요. 조금 오랫동안 시간을 두고 관계를 맺는 편인데, 너무 거리를 둔다고 오해 받았던 적도 있어요. 한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요."

배우 권율.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음식은 '게국지'. 게국지는 안면도에서 꽃게와 묵은지를 넣고 끓여 먹는 찌개다. 권율은 꼭 김치찌개 같은 맛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그가 자주, 맛있게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전 분식이나 집밥? 20대 초반부터 자취 생활을 하면서 많이 먹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집밥이 제일 편해요. 만들 때까지는 좋지만 처리가 귀찮아서 밖에서 많이 사 먹는 편이고요."

동안인 얼굴 때문인지, 권율은 '남자'보다 '청년'에 더 가까운 이미지다. 그는 자신이 특정 이미지로 규정되는 것은 원하지 않고 있다.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해보지 않은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죠. 남성적이고, 일차원적인 그런 동물의 날것 같은 감성을 표현하는 나쁜 남자 캐릭터도 좋고, 사이코패스 살인마 같은 비릿한 악역도 좋고요. 겁먹고 주저하기 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일단 용기 있게 도전하고 싶어요. 물론 잘해내야겠죠." (웃음)

그가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여배우는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로렌스다. 외모도 좋지만 특히 연기하는 모습이 좋다며 팬을 자처했다. 배우 생활에서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는 선배부터 후배까지 다양하다.

배우 권율.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제가 알고 있는 선배님들은 너무 훌륭한 분이라 딱히 한 분으로 규정 짓기가 어렵네요. 모든 배우들의 로망이고, 길을 제시해 주는 분들이니까요. 조진웅 선배님, 윤계상 선배님, 이제훈 배우, 변요한 배우, 한예리 배우. 많은 배우들이 모두 저에게 롤모델입니다.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하고요. 정말 다들 재밌고 연기를 객관적으로 너무 잘해요."

앞으로도 그는 좋은 작품이 오면 지체 없이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제대로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쉬거나 쉬지 않거나, 그런 건 의식하지 않아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면 바로 할 수 있죠. 제가 좀 더 대중들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온다면 여유있게, 밀도있게 잘 찾아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제대로 한 번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인기도 명성도 '배우'라는 본업 앞에서는 빛을 바랬다. 권율은 남은 30대 시절을 보내며 끊임없이 모험하고 도전하길 원했다.

"제가 좀 궁금한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고 스타가 되는 것도 좋겠지만 '이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는 예측 불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시도들을 두려움 없이, 용기 있게 꾸준히 하고 싶어요."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