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수식어, 무능과 무책임…
-권위주의 국가통치, 공적 시스템 무력화
-무능 야당, 변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윤여준 (前 환경부 장관)
이번 한주 북한과의 극한 대치 상황에서 극적 합의를 이끌어낸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맞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오늘 이 시간에는 정치권을 대표하는 전략가이자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는 분이죠. 정말 오랜만에 방송 인터뷰에 응해 주셨습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연결해서 전반기를 마친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겠습니다.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 윤여준>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에 앞서서 지난 25일에 도출해 낸 남북 합의 결과 얘기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이번 남북한 합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윤여준>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왜 그러냐면 오랫동안 지속돼 온 남북한 대결구도가 일단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된 거 아닙니까. 이게 앞으로 화해, 협력으로까지 발전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은 굉장히 의미있는 출발이다, 그래서 저는 굉장히 의미를 부여하죠.
◇ 박재홍>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 지난 25일이었는데, 바로 이 때 중요한 합의를 도출했지 않습니까? 따라서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윤여준> 글쎄요.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서 결정될 일이지만, 이것이 뭐 글쎄요. 앞으로 내정의 중요한 모멘텀이 된다고 장담하긴 어려운 거 아닌가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면 남은 임기 동안, 어떤 국정 운영의 동력을 얻었다, 이런 평가는 아직 이르다는 말씀인가요?
◆ 윤여준>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고요. 약간 좋은 조짐이기는 하나, 이번 남북간의 6개항 합의가 국정 동력의 큰 에너지를 보태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 된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고요. 전반기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관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2년 반의 시간.
◆ 윤여준> 박근혜 정부를 평가할 때 항상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두 개가 있더라고요. 무능과 무책임. 때때로 무원칙까지 넣는 사람도 있으나, 대개는 무능과 무책임이 으레 따라 나오던데요. 임기 전반기를 마치면서 국민으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았으면, 사실 뭐 더 얘기할 여지가 없는 거 아닌가요?
◇ 박재홍>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이런 평가를 했습니다. 2년 반 동안 투명하고 효율적인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었다.
◆ 윤여준> 대한민국의 기틀이요? 투명하고 효율적이었다고요? 저는 그 두 가지 다 납득 못하겠는데요.
◇ 박재홍> 하지만 원유철 원내대표 같은 경우는 구체적으로 공무원연금개혁이라든지 경제민주화 입법, 맞춤형 복지 확대 등을 주요 성과로 꼽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공감을 못하십니까?
◆ 윤여준> 경제민주화 입법이 당초 공약했던 것 중에 몇 퍼센트나 됐는데요? 물론 여당의 원내대표니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저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 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부터 국무총리 인사 파동 등의 인사 난맥상을 겪었고 또 그런가 하면 세월호 참사, 올해는 또 메르스 사태에 이어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까지 있었는데, 이런 사례들이 보여지는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은 뭐라고 판단 하십니까?
◆ 윤여준> 물론 그런 사건 발생하는 원인이 꼭 박근혜 정부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데요. 우선 제가 볼 적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를 통치하는 방식에 있다고 봐요. 우리 헌법에 정해지는 원칙에 따라서 민주적으로 국가통치를 해야 되는데, 권위주의 시대가 이미 지난 지가 그렇게 오래됐는데도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 왔잖아요. 특히 입법부를 존중하지 않는다든지,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 이런 것을 공개적으로 여러 번 보여줬죠. 저는 이것이 아주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는 사람이라서, 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자기가 버틴 이유가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지키고 싶어서라고 했잖아요. 그 말의 뜻을, 저는 유 대표가 박 대통령을 비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진정성 있는 토로라고 보는데. 박 대통령은 그 유승민 전 대표의 이 말을 뼈 아프게 새겨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또 하나 제가 지적하고 싶은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뭐냐하면, 국정 수행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거예요. 대통령의 의사결정 구조가 매번 중요한 결정할 때마다 늘 분명하지 않아요. 그게 무슨 뜻이냐면 공적 제도에 의해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잖아요.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방대한 공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늘 그 조직은 배제돼 있다고 그러고. 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문고리 3인방밖에 없고. 이건 옛날 중세 때 무슨 궁정정치도 아니고, 어떻게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까?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거거든요. 행정부처도 마찬가지죠. 각 부처의 자율성이 거의 없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다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것인데.
◇ 박재홍> 말씀하시는 것은 작년에 있었던 정윤회 문건 파동이라든지.
◆ 윤여준> 여러 가지가 그렇죠. 그러니까 이 방대한 관료조직이 능동성도 없어지고 책임감도 없어지는 거죠. 대통령 입만 쳐다보니까 시키는 것만 한다, 이렇게 되는 거죠. 이게 세월호도 그렇고 메르스도 그랬고 다 보여주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국민들한테서 임기 전반기를 마치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 거 아니냐는 거죠. 이런 점을 뼈 아프게 성찰을 해야 돼요.
◇ 박재홍> 그런 논란이 있을 때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근거없는 논란이다, 이렇게 잘라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 윤여준> 말이야 그렇게 하죠. 그런데 요즘 같이 투명한 세상에 국민들이 그걸 모릅니까?
◆ 윤여준> 네, 저도 그걸 볼 때마다, 저도 청와대 근무를 오래한 사람으로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데요.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납득을 못하는데. 제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아마도 박 대통령이 문자와 말의 차이를 모르는 거 아니냐. 말하자면 서면으로 보고 받는 거 하고, 대면보고를 받는 것하고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를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무슨 얘기냐면. 대통령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딜레마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리 가면 저게 문제되고, 저리 가면 이게 문제가 되고. 늘 사물은 양면성이 있는 것이라서 대통령이 이런 딜레마적인 요소를 잘 살펴서 결정해야 되거든요. 그걸 현명하게 판단하려면 관련 부서의 책임자와 교감을 해야만 합니다.
◇ 박재홍> 얼굴을 보고.
◆ 윤여준> 그렇죠. 교감을 해서 공감을 만들어내야 되거든요. 그래야만 그런 딜레마적인 요소를 헤치고 현명한 결정을 하는 것인데, 서면보고로는 그게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이걸 안 고치면 저는 하반기 국정운영에 굉장한 어려움을 자초할 거라고 봅니다.
◇ 박재홍> 박근혜 대통령도 선거에는 굉장히 능하신 분이기 때문에, 어떤 문자와 말의 차이를 분명히 아실 분일 텐데 이렇게 대면보고를 기피하는 이유는 뭘까요?
◆ 윤여준> 박 대통령이 선거에 능하다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잖아요. 그것은 제가 보기에는 그 분이 무슨 선거의 재능이 뛰어나서 그렇다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는, 감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선거 때 늘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거든요. 어찌 됐든 정치적 자산임에는 틀림이 없겠죠.
◇ 박재홍>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 후반기에 대한 전망도 또 해 봐야 될 것 같은데요. 국정운영 후반기, 성패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윤여준> 성패는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걸 고치지 않으면 우리가 민주공화국이니까 헌법 정신과 원칙에 맞는 방식으로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거죠.
◇ 박재홍> 그렇군요.
◆ 윤여준> 그렇지 않으면 민심이 절대 따라오지 않을 겁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 윤여준> 그 다음에 방대한 공적 제도를 잘 활용해서 모든 의사결정 구조가 공적 시스템화 되도록 해야 된다는 거죠. 그렇게 안 하면 정말로 심각한 상황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 박재홍> 지금 박근혜 정부 얘기를 했습니다만 야당의 역할도 짚어봐야 될 것 같아요. 야당도 무능하다 이런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윤여준> 요새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요. 여당과 정부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인 얘기를 하다가 끝에 가서는,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밉다는 거 아니에요. 더 무능하고 더 무책임하다는 얘기까지 하더라고요. 이게 비극인데요. 이게 왜 그러냐.
◇ 박재홍> 왜 그런가요?
◆ 윤여준> 저도 과거 한나라당, 야당하던 시절이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때 저도 야당 의원을 4년간 해봐서 이 문제로 고민을 참 많이 해 봤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이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야당상을 정립하는 데 실패를 했고. 또 이런 시대 변화에 맞는, 국민이 동의하는 투쟁 방식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꾸 과거 방식에 매달린다는 말이죠. 과거에는 국민이 볼 적에도 국가권력이 거대한 악으로 보였으니까 무조건 저항만 하면 박수를 쳐줬죠. 웬만한 야당의 과실은 다 눈 감아줬습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에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러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야당상을 빨리 정립을 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투쟁방식을 개발했어야 됐는데 그걸 못했다고요. 그래서 자꾸만 과거 민주화 투쟁하던 때 식의 방식을 계속 보이니까 국민들이 거기에 반발하고 혐오감을 받는 거죠. 저는 이번에 한명숙 전 총리, 그 분이 구치소에 수감이 돼 있잖아요. 대법원 판결이 난 이후의 야당 모습이나 구치소에 수감되는 날 앞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보면, 저는 아직도 새정치민주연합에 계신 분들의 상당수는 국민의 정서랄까,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있다고 보여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럼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을 계속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어떤 진정성을 보이기에는 부족하다, 이렇게 보시는군요?
◆ 윤여준> 그러니까 새정치연합의 혁신은 수단의 차원에 있는 것이고. 국민이 생각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근본 문제는 존재에 있다는 겁니다. 얘기가 추상적인 얘기가 되는데 자꾸 존재의 문제를 제쳐놓고 수단의 문제로 가니까 혁신을 아무리 한다 그래도 국민이 감동받지 않는 거죠.
◇ 박재홍> 그렇군요. 아직 부족하다는 말씀이네요. 시간이 얼마 없는데 1분 남았네요. 국회의원 안철수에 대한 평가를 짧게 듣고 싶습니다.
◆ 윤여준> 새삼스럽게 무슨 평가를…
◇ 박재홍>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해서 활동도 있었습니다만. 어떻게 보세요?
◆ 윤여준> 국정원 그 문제는 안철수 의원이 그런 쪽의 전문가니까 당연히 맡음직 하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문제의 성격상 그 문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처음서부터. 정보기관이라는 게 특성이 있고, 지난번에 스노든 파일이 터졌을 때도 민주주의 본산이라는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무차별 도청한 게 드러났잖아요. 그래도 큰 파문이 없이 지나갔습니다. 왜 그러냐, 각각 그 나라 국민들이나 정치인들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인정을 했기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분위기가 있다고 보는 거죠.
◇ 박재홍> 장관님 시간이 없네요. 다음에 한 번 더 모시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여준> 네.
◇ 박재홍> 윤여준 전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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