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모르던 '총기 사고' 경찰관, 과거에도 '권총' 휘둘러

검문중인 경찰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서울 구파발 검문소에서 총기 사고로 의경 한 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를 낸 경찰관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권총으로 장난을 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구파발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박모(54) 경위는 박모(22) 상경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하기 이전에도 검문소 내에서 2~3차례 권총을 휘둘렀다.

이같은 사실은 사고 이후 경찰 조사에서 박 경위와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의경들의 진술을 통해 알려졌다.

박 경위는 총기관리 규정도 숙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총기관리 규정에는 38구경 권총 원형 탄창의 첫 번째(2시 방향) 칸부터 공포탄을 넣고, 이후 시계방향으로 4발의 실탄을 장전하게 돼 있다.

이때부터 방아쇠를 당겨 한 발을 격발할 때마다 탄창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칸씩 돌아간다.

하지만 박 경위는 과거의 규정대로 "첫 번째 칸(2시 방향)을 비우고, 두 번째 칸(4시 방향)부터 공포탄을 넣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원형 탄창이 밀려 한 칸 정도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공포탄이 발사될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이 박 경위의 주장이지만, 수십 년씩 총기를 다뤄온 경찰 간부가 총기 규정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는 경찰 조사에서 "총기 인수인계 시 총알 개수만 확인하고 장전 순서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결국 박 경위가 개정된 총기관리 규정을 파악하지 못한 데다 당시 규정보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두 칸이나 돌아가 있었던 총기의 장전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방아쇠를 당기면서 참사가 빚어진 것.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저 또한 첫 번째 칸을 비워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이 난 뒤에야 규정이 변경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다른 경찰서 관계자 역시 "특히 나이 많은 경찰관 중 총기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며 "심한 경우 탄창이 시계방향으로 도는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지 모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26일 은평경찰서와 구파발 검문소에서 총기 및 탄약 관리와 총기 관련 교육이 적절히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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