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정종섭 선거법 위반논란' 또 여권 손 들어주나

과거 장관이 선거직전 선거사무소 가서 축사해도 경고에 그쳐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왼쪽 둘째), 박남춘 의원(맨 왼쪽)이 2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야당이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총선필승'을 외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 공직선거법(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의뢰한 가운데 선관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관위가 과거 정부와 여당의 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 온 터라 이번에도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종섭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의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고발장에서 "정 장관의 2015년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의 '총선 필승' 발언과, 최 부총리의 '내년 3% 중반 성장시켜 당 총선일정에 도움줄 것' 발언에 대해 조사를 의뢰하오니 철저히 조사하시어 법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두 사람의 해당 발언이 선거에서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제9조 제1항과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을 규정한 제85조 제1항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장관 등이 내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둔 시점에 발언을 했고, 발언 대상이 의원 뿐만 아니라 일반 공무원, 언론인 등이 포함됐으며 '총선 승리', '총선 일정에 도움' 등의 표현을 보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반면 새누리당은 "좀 잘못된 일이지만 덕담 수준에서 얘기한 것"이고 "(대신) 변명하자면 (건배사에서) 새누리당이라는 말은 안했다"(김무성 대표)며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정 장관과 최 부총리가 문제의 발언을 한 시점과 발언을 하게 된 상황, 발언의 대상, 발언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들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과거 비슷한 경우에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해서 이번 경우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 판단)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이번에도 정 장관 등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는데다 과거 야당에는 엄격하게, 여당에는 느슨하게 법을 적용한 사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 4월 15일, 당시 특임장관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지방선거를 두달 여 앞두고 한나라당 대구 수성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참석해 이 후보에 대한 지지호소 발언을 했다.

경쟁 후보들은 "공무원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주 의원에 대한 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지만 선관위는 가장 낮은 처분인 '공명선거 협조요청' 공문 발송으로 갈음했다.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이던 최경환 의원도 같은 날 한나라당 경북 경산시장 후보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려고 했지만 '선거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선관위 제지로 발길을 돌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선거 개입 의혹이 일기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법 위반 논란이 되고 있는 새누리당 연찬회 발언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의 질타에 언성을 높이며 대립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러나 선관위는 최 장관이 해외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판단을 유야무야 미루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또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지난해 3월 29일,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의 구청장 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새누리당 출신 허남식 부산시장에 대해서도 "공무원 중립의무를 위반했지만 수사를 의뢰할 정도는 아니"라며 두번째로 낮은 처분인 '선거법 준수 촉구' 공문을 보내는데 그쳤다.

선관위는 그러나 야당의 선거법 위반 의혹에 엄격하게 대응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진 상태다.

2004년 3월 3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선거법 위반 결론을 내렸다.

2011년 4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이 4.27 재보선 부재자 투표 독려를 인터넷 포털 등에 광고한 것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이라며 각 포털사에 광고 중지 요청 공문을 보내 광고가 삭제되도록 하기도 했다.

당시 선관위는 성남시가 '분당 을' 지역에 내건 '부재자 투표 안내' 현수막에 대해 "현수막 수가 너무 많다"며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이 반발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부재자 독려광고에 정당명이 들어갈 경우 선거법 위반"이라고 설명했지만 야당은 "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재보선 선거에 대한 부재자 투표 안내 축소가 여당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장관과 최 부총리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고 있고, 선관위 판단 결과에 따라 정 장관 등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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