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순 홍보나 캠페인 차원을 넘어 자금 지원을 매개로 사실상 언론 기사에 개입한 것이어서 노동계의 반발 등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CBS노컷뉴스가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을 통해 입수한 M홍보대행사의 '상생의 노사문화 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노동시장 개편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에 편향적인 기사를 쓴 언론사에 집중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이 홍보대행사는 고용노동부로부터 5억원의 예산을 받고 이 가운데 1억 8253만원을 '언론프로그램'에 썼다.
이 때는 노사정위원회가 12월 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기본합의문'을 채택하는 등 노동시장 개편에 대한 여권의 드라이브가 본격화한 시점이다.
중앙일간지인 A사는 지난해 12월8일 정부가 '공무원 임금 호봉제 폐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와 연계된 해설기사는 정부가 곧 발표할 정책에 대해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정부의 시각만 담긴 이 기사에는 '쉬운 해고' 등을 반대하는 노동계나 학계 등의 주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틀 후 나온 기획기사 역시 우리나라 정규직의 과보호를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역시 정부의 입장과 그대로 일치한다. 정부는 이들 기사를 위해 55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지난해 12월2일~4일간 3회에 걸친 B경제신문의 시리즈는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 대기업 노조 과보호를 깨야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비정규직 비율을 높인 해외 기업들을 성공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는 정부 예산 2200만원이 투입됐다.
C경제신문은 올해 3월 수차례의 기획기사를 실었는데 "성과급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취업자수가 17% 늘어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주장과 판박이인 이 기사에 대한 대가로 5500만원이 지급됐다.
지난해 11월2일 D종합편성채널은 '임금체계개편'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연공급임금체계가 신규채용을 막고 있다며 임금피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3300만원을 지원했다.
또다른 E종합편성채널은 지난해 12월 21일 시사프로그램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를 다뤘다. 역시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도 같은 액수의 예산 지원을 받았다.
F공중파 방송사도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아침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여기엔 정부 예산은 1300여 만원이 책정됐다.
한정애 의원은 "지난 4월 노사정위원회 합의가 결렬된 것은 정부가 조작된 여론을 내세워 노동계가 수용할 수 없는 쉬운 해고와 일방적인 근로조건 악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노사정위원회의 성공을 위해서도 국민 혈세로 여론을 조작하는 행태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홍보대행사가 캠페인, 언론사 지원 등을 알아서 하는 '턴키형식'으로 발주가 이뤄져 노동부에서는 그 내용에 대해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며 "특히 정부는 특정 언론사의 기사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개입할수 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