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광고가 뭐길래…안방극장, 대기업 광고판 되나

안방극장 프로그램들이 대기업 광고판으로 전락하게 될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달 6일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 명을 고지할 수 있도록 방송 협찬고지 규칙을 개정하는 안을 행정 예고했다.

현 협찬고지규칙은 방송프로그램이 협찬주에게 광고 효과를 주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협찬주 명(로고 포함)·기업표어·상품명·상표 또는 위치를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포함할 수 있다. 다만,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방송프로그램과 보도·시사·논평·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은 제외한다"(제6조)고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하면, ‘삼성 갤럭시로 보는 무한도전’, ‘LG와 떠나는 1박 2일’, ‘SKT와 달리는 런닝맨’ 식의 제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안방극장마저 재벌대기업에 잠식당할 위기에 놓였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김현식 기자)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앞(구 방통위 앞)에서는 방통위의 기업 협찬고지 관련 규제 완화 시도를 규탄하고, 이를 적극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약칭 :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언련,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언론위원회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이날 김환균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본질이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만약 ‘삼성전자 무한도전’이 된다면 특정 대기업의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이 짙을 것이고, 프로그램에 대기업이 간섭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셈이 될 것”이라며 “PD의 자율권 뿐 아니라 시청자, 국민의 시청주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국장은 “이번 사안은 시청자가 방송의 주인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소유한 자동차 테마파크 인제스피디움 홍보를 위한 ‘밀어주기식’ 방송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SBS 사례를 들었다.

최근 SBS 프로그램에는 인제스피디움이 빈번하게 노출됐는데, 간판 예능 ‘런닝맨’, 아침 방송 ‘모닝와이드’에 노출됐고, ‘컬투쇼’ 공개방송도 이 곳에서 진행됐다. 또 ‘스타킹’ 이후 신설된 프로그램 ‘질주본능 더 레이서’는 주 무대가 인제스피디움이었다.

이와 관련 임순혜 NCCK 언론위원회 부위원장은 “제목광고가 도입되면 힘이 강한 특정 재벌 기업들만이 프로그램을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인제스피디움 사례처럼 재벌이 제공하는 장소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늘어나 결국 재벌이 방송을 사게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방통위가 이 같은 황당하고 무책임한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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