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 주석 순으로 정상들이 도열하면서 중국의 최고수준 의전 대상이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사실상 대체된 현실을 보여줬다.
6·25 정전협정 다음해인 1954년 중국 인민해방군은 중국 마오쩌둥 주석이 톈안먼 성루에서 내려보는 가운데 건국기념 열병식을 거행했다. 당시 북한과 소련의 국가원수도 초청됐고, 김일성 북한 주석은 마오의 오른 편에 섰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이보다 상석인 마오의 왼편에 자리했다.
이날 참관 위치는 61년전 ‘북한-중국-소련’과 거의 유사하게 ‘한국-러시아-중국’으로 정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왼편 세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의전은 우리나라를 ‘러시아 다음으로 중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밖에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각국 정상과 대표단장 등 50여명도 성루에 올랐다. 장쩌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중국 원로들은 시 주석 왼편에 자리했다.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자리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다른 결과지만, 정중앙에 가까이 박 대통령 자리가 배치된 점은 중국 내에서 남북한의 위상이 바뀌었다는 점을 확인시킨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이번 행사 참석하지 않았다.
열병식 시작에 앞서 박 대통령은 자금성 남쪽 광장에서 시 주석 내외의 환영인사를 받고, 전체 참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때도 시 주석 내외 바로 옆자리를 푸틴 대통령과 나눠 차지하면서 최고수준의 예우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북한 최룡해 대표단장보다 18번째 늦게 레드카펫을 밟은 뒤 시 주석 내외와 단독 기념촬영을 했다. 그 다음 전체 정상들 기념사진 촬영 때는 시 주석 내외의 왼쪽에 섰다. 시 주석 내외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