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가 라오스전에 만족한 4가지 이유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노컷뉴스 박종민 기자 esky0830@cbs.co.kr)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활짝 웃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의 G조 2차전에서 8-0으로 승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칭찬 릴레이를 펼쳤다. 라오스전 승리를 의심한 이는 거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경기 내용이었다. 의도한대로 경기가 잘 풀렸다.

◇라오스의 '전원 수비'를 깼다

라오스는 10명 전원이 수비에 가담하는 소극적인 축구를 펼쳤다. 한국과의 기량 차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에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종종 있었다. 라오스전은 달랐다. 차분하게 공을 돌리며 빈 공간을 찾았고 그 결과 슈틸리케호 출범 후 한 경기 최다 골 기록을 썼다.

라오스의 스티브 다비 감독이 경기 후 "만약 우리가 공격적으로 나갔다면 20골 이상 차이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력이 좋아 만족스럽다. 예상대로 상대는 라인을 많이 내려 전원 수비를 하는 형태로 경기를 했다. 우리는 침착하게 플레이를 했어야 했는데 그게 잘 됐다. 라오스가 마지막에 무너질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끝까지 공세의 끈을 놓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전 막판 갑자기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로스타임이 1분 밖에 주어지지 않자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중단된 시간은 꽤 길었다. 그에 비해 로스타임은 짧았다.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아마도 1분의 시간조차 아까웠던 모양이다. 더 강하게 공세를 펼쳐 더 많은 골을 원했던 것 같다.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대로 따라줬다.

전반에 이미 3골이 나와 승부가 갈렸다. 그러나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후반 5골을 만들어냈고 특히 경기 막판 손흥민과 이재성의 연속 골이 대미를 장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 15분이 지난 시점에 경기가 우리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선수들이 계속 열심히 뛰어준 모습이 좋았다. 마지막 5분에 2골이 나오는 등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나날이 더 좋아지는 팀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대안'이 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이자 수비수인 장현수를 오른쪽 측면에 기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수차례 내비쳤다. 이날 현실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를 오른쪽에 배치했다. 장현수가 지키는 중앙 미드필더 자리는 정우영에게 맡겼다. 자연스럽게 기성용이 전진 배치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의 활약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장현수의 풀백 기용은 우리의 플레이를 더 살리기 위해서였다. 상당히 잘했다. 다소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었지만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는 단계라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현실적인 대인이라고 볼 수 있다. 장현수 자리에서 뛴 정우영도 잘해줬다"고 말했다.

3일 저녁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2차전 대한민국과 라오스의 경기 후반전, 권창훈이 상대 선수와 볼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박종민 기자 esky0830@cbs.co.kr)


◇권창훈의 발전에 놀라고 또 놀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월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권창훈이 좋은 예"라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의미였을까.

슈틸리케 감독에게 대표팀은 단지 최상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모여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장소가 아니다. 선수들이 대표팀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해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대표팀에 돌아와 활약하는 선순환을 중요하게 여긴다.

8월 중국 동아시안컵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권창훈이 소속팀인 수원 삼성으로 돌아가 맹활약하는 모습에 슈틸리케 감독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우리 대표팀의 역할"이라며 기뻐했다.

권창훈은 또 한번 슈틸리케 감독을 놀라게 했다.

권창훈은 라오스전에서 2골을 터뜨렸다. 원톱 스트라이커 아래에 위치해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원톱 스트라이커를 주로 쓴다. 원톱이 움직이면서 비워주는 공간을 따라 2선 공격수들이 따라 들어가는 움직임이 중요하다. 기성용과 권창훈이 잘해줬다. 특히 권창훈은 대표팀으로 불러들인 이후부터 크게 성장한 선수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회를 준 선수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것만큼 지도자에게 뿌듯한 일은 없다. 권창훈은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대표팀의 방향에 있어 또 한번 좋은 예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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