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2차전…'눈치보는' 기존업계 VS '겁 없는' 두산

이돈현 관세청 특허심사원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서울 3곳과 제주 1곳 등 총 4곳의 신규 면세점에 대한 특허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규 면세점 선정 결과 서울 시내 대기업 면세점은 'HDC신라'·'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중견중소기업에 '에스엠면세점', 제주지역 시내면세점에는 '제주관광공사'가 각각 사업자로 선정됐다. 박종민기자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여파로 재허가 대상인 4개 시내면세점에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7월 신규면세점 선정에서 탈락한 뒤 풀이 죽어 있던 기존 업체들이 주판알을 조심스레 튕기고 있는데 반해 관련 경험이 부족한 두산그룹이 돌연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면세점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롯데와 SK는 수성전을, 지난 7월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때 탈락한 신세계 등은 재입찰을 노리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두산이다. 면세 사업을 해왔거나 백화점 등 연관성이 높은 사업을 해온 기업들도 따내지 못해 쩔쩔 매는 면세점 사업권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두산은 최근 20여 년간 소비재와 유통 쪽을 정리하고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시켜 왔다.

두산그룹은 지난 4일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유치할 계획이라면서 지주사인 (주)두산에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고 밝혔다. 두산타워를 통해 유통 노하우를 축적했고 과거 유통업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7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만큼, 갑작스런 도전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당시 중소중견기업들이 동대문을 면세점 입지로 정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일찌감치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한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입찰 전 눈치 싸움 중인 기존 업계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마감일 직전에야 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신세계의 경우, 지난 면세점 탈락의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7월에도 입지부터 사업 역량까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탈락 했었다"며 "같은 조건을 가지고 이번 입찰에 도전해도 될지 여부를 면밀히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은 고위관계자를 통해 "검토가 아니라, 아예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는 등 신세계보다 훨씬 더 소극적인 입장이다.

기존 업계와 대조적인 두산의 드라이브를 두고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사업적 판단 외에 박용만 회장의 정무적 판단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면세점 강자인 롯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물심양면으로 지지해온 박 회장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허가 입찰에서 당초 사업자 대신 새 사업자가 선정되면, 직원고용문제라든지 주변상권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부가 사업자 교체에 소극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몇 달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두산의 경우, 이런 분위기에 정권과의 친소관계까지 고려해 더 자신만만하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은 현재 운영 중인 서울 3곳, 부산 1곳의 시내 면세점 영업 특허가 11~12월에 만료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면세 특허는 10년마다 자동 갱신됐지만 2013년 관세법이 바뀌면서 기존 업체도 5년마다 신규 입찰 업체와 경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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