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변한다, 의원들은 속이 탄다

여야 총선협상 헛바퀴…인구기준일 따라 지역구 존폐 달라져

7일 오전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 기준과 선거제도, 공천제도 논의를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2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첫 회의였던 7일 공직선거법 심사소위가 또다시 소득 없이 끝났다.

내년 4월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기준과 의원정수,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 등 헌재 판결에 따른 선거구와 선거제도 개선에다 권역별 비례대표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까지 잔뜩 쌓여있는 숙제 중 어느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여야는 우선 선거구 획정기준만이라도 오는 10일 국정감사 시작 전까지 결론을 내려 선거구획정위에 넘긴다는 방침이었지만 다음달 초 국정감사가 끝나더라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 인구가 변하니?…응, 그리고 선거구도 변해

그리고 정개특위의 공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의원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의원들의 숨통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인구수의 변화이다. 선거구획정을 위한 인구산정 기준일이 확정되지 않다 보니 선거구의 인구하한선에 미달되는 선거구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 정개특위는 8월 13일 획정위에 획정기준을 넘기기로 하고 7월 말을 인구기준일로 삼기로 합의했다. 이후 8월 말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7월 말로 원상복귀했다.

그러나 여야 합의가 계속 늦어지면서 기준일은 최근 날짜로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8월 말 주장이 나왔고 이제는 9월 말까지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 기준일이 바뀌면서 인구수 변화에 따라 의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그 피해자들은 정의화 국회의장(부산 중·동구), 새누리당 정문헌(강원 속초·고성·양양), 신성범(경남 산청·함양·거창) 의원이다.

(왼쪽부터)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신성범 의원 (사진=자료사진)
이들은 당초 합의대로 7월 말 기준으로 선거구 유지에 문제가 없었는데 지역구 인구가 줄면서 8월 말 기준으로는 인구하한선에 미달해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세 의원 지역구의 8월 말 인구수는 하한선인 13만9473명에 각각 82명, 18명, 36명 모자란다.

반면 같은 당 이철우(경북 김천) 의원은 7월 말 지역구 인구는 13만8278명으로 인구하한선에 미달했지만 8월 말에는 김천혁신도시 전입자들이 늘면서 인구가 14만15명으로 늘어났다. 기준일을 8월 말로 하면 지역구가 살아남는 것이다.

◇ 지역구 인구수 변동 의원들 초비상

이처럼 인구산정 기준일에 따라 지역구 운명이 달라지면서 해당 의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일 20대 총선에서 지역구인 부산 중·동구 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지역구 사수와 관련이 있다는 후문이다.

만약 8월 말을 기준일로 할 경우 중·동구가 둘로 쪼개져 이웃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무성(부산 영도구) 대표와 유기준(부산 서구) 해양수산부 장관 지역구에 합쳐진다. 정 의장은 7월 말로는 선거구 유지 요건이 되는 자신의 지역구가 원래 인구하한선에 미달되는 이웃 지역구들에 편입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또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최근 당 원내지도부에 간사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자신이 이해관계가 걸려있는데 7월 말을 기준일로 정할 경우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의원은 빨리 선수가 뛸 수 있는 그라운드를 확정해달라는 한 지역구 의원 측의 요청에 "나도 그라운드가 어찌될지 모른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개특위 소속 의원은 "지역구 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인구 상·하한선도 달라지겠지만 당장 인구변동에 따라 지역구 존폐가 결정되는 의원들이 있는 만큼 인구기준일 결정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최근 인구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합의한 7월 말을 고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지역구 인구수 변동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인구기준일 선택을 놓고 심각한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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