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386.7조…경제살리기 좌초

[2016 예산안] 국가채무 압박으로 증가율 3% 그쳐, 일자리 예산 늘고 SOC 깎아

  [그래픽=스마트뉴스팀]
내년 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3%, 약 11조원 정도 증가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6년 만에 예산 증가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년에 걸친 세수결손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국가채무가 급증한 것이 결국 지출 증가에 제동을 걸었다.

내년 예산은 빠듯한 상황에서도 일자리 예산을 가장 크게 늘렸다. 특히 청년고용 증대에 방점이 찍혔다. 문화와 국방 분야도 예산이 증액된 반면, SOC 분야 예산이 대폭 줄었다.

◇ 2016년 예산, 386조7천억원...3%25 증가


정부는 8일 국무회의를 열고, 총지출 386조7천억원 규모의 ‘2016년 예산안’을 심의 의결했다. 올해 예산보다 11조3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3% 수준이다. 지난 2010년(2.9%)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다.

불과 1년 전, 경기 부양 차원에서 올해 예산을 전년대비 20조원이 넘게 증가한, 이른바 '확장적 예산'을 편성하고, 그것도 모자라 지난 7월, 11조5천억원 규모의 메르스 추경까지 투입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과감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고, 경기 상황만 보면 여전히 대규모 정부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2012년부터 계속된 세수결손 현상이 발목을 잡았다.

낙관적인 세수전망을 바탕으로 예산을 짰다가, 수입이 예상보다 턱없이 적게 들어오는 현상이 올해를 포함해 4년 연속 발생할 것이 확실시 되고, 세수펑크 규모도 지난해 11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 잇단 세수펑크, 턱까지 차오른 국가부채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진=윤창원 기자)
결국 내년도 세입 예산은 보다 현실적이고 보수적으로 짤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총수입 증가율을 2.4%로 설정했다. 올해보다 약 9조원 가량 수입이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매년 낙관적인 전망을 해서 결산을 해보면 국가부채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내년에는 결코 발생하지 않도록 매우 보수적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세수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다보니, 내년에는 GDP 대비 국가부채가 마지노선인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빚을 내서 정부 지출을 충당하는데도 한계가 온 것이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해야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도외시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지출예산 증가율이 3%다. 악화일로인 재정건전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지출할 수 있는 한도를 뽑아낸 것이 결국 3%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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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문화, 국방 예산 늘어

정부는 그나마 빠듯하게 마련한 예산을 청년 일자리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년도 일자리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1조8천억원, 12.8%나 늘어났다. 내년 예산을 ‘청년희망 예산’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다.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도입, 기업수요 맞춤형 훈련 등으로 취업 훈련을 강화하고 세대간 상생고용과 중견기업 인턴제 등을 통해 민간의 청년 일자리 확대도 뒷받침하기로 했다. 또 노사정 합의를 전제로 실업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해 고용안전망도 확충할 계획이다.

또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도 7.5% 늘어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자생적 창작생태계를 조성하고 문화 예술 향유 기회도 넓혀, 문화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의중이다.

아울러 북한 도발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국방예산도 4% 증액해, 예년 증가율(3%)보다 늘려 잡았다. 전력보강과 함께 병 봉급 인상 등 장병복지 증진 사업이 내년에 추진된다.

◇ SOC 예산 급감...총선 앞둔 정치권 ‘부글부글’

반면 토목과 건설(SOC) 분야 예산은 크게 줄어들었다. 내년도 SOC분야 예산은 올해와 비교해 1조5천억원, 6%나 급감했다. 내년에 실시할 SOC 사업을 이미 올해 추경 예산으로 집행했기 때문에 예산 감소가 불가피하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당초 내년에 해야할 사업을 올해 하반기에 당겨서 한 셈이 된다”며, “(추경예산 지출을 감안하면) 오히려 6%가 늘어난 규모”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에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기 직전에 열린 당정협의에서도 여당의 문제 제기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마지노선인 40%를 넘어가, 대규모 적자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신 시급한 예산소요에 대응하기 위해 불요불급한 사업예산이 대폭 잘려나갔다.

내년에도 유사.중복사업 300개가 통폐합되고, 우선순위나 성과가 낮은 80여개 사업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하거나 폐지하기로 했다. 또 보조사업수를 1818개에서 1523개로 10% 이상 감축했다. 이런 재정사업 효율화를 통해 2조원 수준의 재원을 마련해 일자리와 서민생활 지원 등으로 돌렸다.

전체적으로 내년도 예산안은 재정지출을 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출을 마냥 늘릴 수도 없는 딜레마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부 재정을 과감히 풀어 시장에 활력을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최경환 노믹스’도 불과 1년여 만에 그 한계를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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