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의원들은 혁신위 혁신안을 비판하고 나섰고, 혁신위도 이러한 당내 목소리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지난 7일 국민공천단을 도입하고 정치신인에게 가산점을 도입하는 내용의 10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안심번호 제도를 전제로 국민 공천단을 100%로 적용하는 안이 핵심이었다.
혁신위는 대규모 동원선거나 여론조작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안이라고 설명했지만, 비주류 의원들은 곧장 "일반 국민 인지도가 높은 친노 의원들을 위한 혁신안"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당원의 의견을 별도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원의 권한을 위축시키고 당 대표의 권한만 강화하는 안"이란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안에 대해서는 "이같은 국민공천단과 함께 가산점제가 실시되다면 결국 '친노 예비군'만 들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8일 본회의 직후 열린 의총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서 혁신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우원식 의원이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고 문재인 대표도 협조를 구했지만 반발 기류는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비주류 의원은 "속으로는 대다수가 혁신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라고 본다"면서 "혁신위는 실패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산소호흡기를 달고 몇 달 생명을 연장한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다른 의원도 "당원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는 등 논란의 소지가 많으니 내일(9일) 당무위에 올리지 말고 더 논의하자고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격론 끝에 9일 최고위에 혁신안을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지만, 만일 최고위 단계에서 부결되면 바로 이어 열릴 예정이었던 당무위는 자동으로 무산된다.
비주류 의원들은 당장 9일 최고위·당무위에서부터 혁신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중점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지금까지 나온 혁신안에 (지적할) 내용들이 많아서 복잡한 상태"라면서 "10차 혁신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거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앙위가 열리는 16일에는 비노 진영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이 혁신위 활동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져 충돌이 예상된다.
결국 혁신안은 9일 최고위와 당무위, 중앙위 등 '첩첩산중'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편 주류 측도 비주류 측의 논리에 대한 반박논리를 정리하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혁신안이 당내에서 실패로 규정될 경우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주류 의원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혁신위 혁신안이 또다른 계파갈등의 씨앗으로 비춰지는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새정치연합의 또다른 중진 의원은 "혁신위가 끝나는 시점에 혁신이 끝나는 것이 아닌데, 당의 단합을 위해서는 혁신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어쨌든 당무위 자체만 두고 보면 친노계가 다수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반대 여론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가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