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 대통령, 억압을 부어 창조를 빚겠다는 건가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려나 보다. 일선 교사들과 역사학자들은 물론 각계각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통령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뜻은 무엇일까?

국정 주요 목표의 하나로 문화융성을 외친 대통령 아니던가? 문화 융성을 외치면서 획일화된 한국사를 가르치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려는 데는 숨은 뜻이 있을 것 같다.

아마 억압 속에서 저항과 은유의 문화가 싹트고 획일화 속에서 창조성을 발휘하는 역설의 통치를 적용하려 하는 것 아닐까?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시대에 획일화된 교육, 유신형 인간을 만들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도입하고 청년들의 장발을 금지하고 많은 가요를 금지곡으로 만들고 유신을 비판하는 서적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 오히려 문화 융성의 계기가 됐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당국의 억압과 통제 속에서 청년들은 통기타를 메고 청바지를 입고 머리를 길게 기르며 저항문화를 싹 틔웠다.

'금지곡'과 '금서' 지정을 피하기 위해 상징과 은유의 문화가 성장할 수 있었다.

유신과 같은 억압과 통제가 없었다면 김민기의 '친구', '작은연못' 같은 노래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겠는가?


김지하의 '오적'이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문학작품 속의 은유와 상징이 유신이라는 억압과 통제가 없었으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학문의 자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학에 가서 선배들이 제일 먼저 추천한 책이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이었다.

국정교과서와는 전혀 다른 역사에 충격을 받은 이후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자유로운 대학문화 속에서 배우고 익히며 새로운 학문에 눈을 뜬 학생도 적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뜻은 바로 이런 역설의 저항문화를 일으켜 문화융성을 이루고자 하는 숨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억압 속에 저항의 문화가 싹트고 획일화 교육을 통해 자라난 학생들이 역설적으로 학문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는 역설과 패러독스를 만들어낸 유신을 대통령은 누구보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갈수록 청년들이 보수화되고 패기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청년들을 깨우기 위해 저항문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고육지책일지도 모른다.

역사학자와 시민사회에 자극을 줘 침체된 학계와 시민사회를 일깨우겠다는 심모원려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심모원려가 있지 않고는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질 수도 있는 이런 국정화를 어떻게 추진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그러니 대통령의 심모원려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은 열심히 저항문화를 키우고 시민사회와 학계도 국정화 추진에 자극을 받아 학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것이 억압과 획일화 속에 피어나는 문화융성이라는 역설의 통치에 부응하는 국민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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