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에 대한 정리가 시작되면 은행권 부실처리비용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STX, 동양 등 대기업들이 현재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또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전국산업단지 내 휴.폐업 업체는 882개로 지난해 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부실기업이 늘면서 은행의 부실처리비용도 증가세다. 금융연구원 분석결과 2005년~2007년 은행 평균 부실처리 비용은 4조8천억원이었으나 글로벌 위기 이후 2008년~2014년에는 11조 4천억원으로 2.4배 증가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은행이 떠안는 부실처리 비용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권에 기대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적지 않아 향후 은행의 부실처리비용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계기업(이자보상비율 3년 연속 100% 미만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2천698개(12.8%)에서 지난해 말 3천295개(15.2%)로 증가했다.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증가해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 15.3%에 근접했다.
앞서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한계기업 증가세가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자산규모 하위 25%인 4천5백개 중소기업의 부채 중 70%는 단기부채이고 이 가운데 40%는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유동성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연구원 양원근 연구위원은 “기업의 구조조정이 적기에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조조정이 늦어질수록 나중에 은행의 부실처리비용이 커지게 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에게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부실기업이 채권은행 지원으로 연명하지 못하게 은행들이 신용평가를 엄정하게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사가 여신심사를 적절히 하고 있는 지, 한계기업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세웠는 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생산적이지 않은 부분을 줄여서 생산적인 기업, 일시적으로 어려운 기업에 자금을 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은행들은 현재 중소기업 등에 대한 정기신용위험평가를 벌이고 있다. 올 연말 쯤 상당수 기업들이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 선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기업구조조정은 향후 한국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선제적이고 상시적인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