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하 한달' 글로벌 금융 불안 끝나지 않았다

위안화 쇼크 후 세계 금융시장 요동…美금리 인상 변수

전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트린 위안화 절하에 따른 중국발 쇼크가 다소 잠잠해진 모양새다.

중국 정부가 나서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커진데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양적완화를 늘릴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금융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발 공포'는 잦아들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자원 수출 신흥국 위기가 아직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고,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확신할 수도 없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중국 위안화 4%25 넘게 절하…주가는 금융위기 수준 폭락장

중국은 지난달 11일 전격적인 위안화 절하 조처에 나서면서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던 데다 중국이 수출 부양을 위해 위안화 절하에 나선 것으로 보이면서 중국 경기 둔화세가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달 11일 중국 정부는 달러/위안 환율을 6.2298위안으로 고시해 이례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1.86%나 절하했다.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는 이틀 더 이어져 지난달 12일과 13일까지 사흘 동안 절하폭은 4.66%에 달했다.

이후 고시환율은 소폭의 변동성만 보였고 지난 9일 달러/위안 고시환율은 6.3632위안으로 한 달 전보다 4.04% 오른 상태다. 홍콩에서 거래되는 역외시장환율은 3.3778위안을 나타내 시장에서는 위안화가 더 절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위안화 절하로 중국 증시는 불안했던 7월의 장세를 재현했다. 과거 금융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과격한 움직임이 금융시장에 나타났다.

위안화 절하에도 안정세를 보인 주가는 18일 5.48% 폭락하며 그 다음 주에 나타날 '블랙먼데이'를 예고했다.

중국이 계속해서 역환매조건부채권 발행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등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당일 하한가를 친 종목은 600개가 넘었다.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는 4천500억원의 유동성이 투입됐지만 경기 둔화 우려와 당국의 시장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결국 주가는 지난달 20일부터 5거래일 연속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난달 24일에 주가는 8.49% 하락해 8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해 '블랙먼데이'를 연출했고 거래정지를 요청한 상장사만 200여개에 달했다.

하루 뒤인 25일에는 7.63% 떨어지며 상하이지수는 8개월 만에 3,000선이 붕괴됐다. 이날 밤 중국 당국은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다.

주가는 지난달 26일까지 닷새간 23% 폭락했다.

이어 증시의 불안 장세는 계속됐으나 중국이 3일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증시에 개입해 대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위안 스와프 시장에도 개입해 폭락세는 잦아들었다.

◇ 위안화 쇼크 후 세계 금융시장 요동

중국의 위안화 전격 평가절하 소식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각종 부양책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주식 및 외환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이후 세계 주식시장에서는 보름 만에 8조 달러(9천534조원)가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이는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인 1조4천495억 달러(1천726조원)의 5.6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후에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아 주가는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위안화 절하 이후 한 달간 시장정보업체 마르키트가 집계한 '국가대표지수' 37개 가운데 2곳(그리스·아르헨티나)을 뺀 35개 지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중국 선전종합지수(-17.38%)와 상하이종합지수(-13.38%), 페루 리마지수(-12.43%)가 주가 하락률에서 1~3위를 기록했다.

한국 코스닥지수는 한 달간 12.09% 급락해 4번째로 하락률이 높았다.

중국발 악재는 자원 수출국을 중심으로 외환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브라질 헤알과 콜롬비아 페소 등 남미 국가는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의 화폐 가치는 뚝뚝 떨어졌다.

달러 대비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와 터키 리라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시아 신흥국 통화도 비틀거렸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와 통화는 17년 만에 최저로 떨어져 외환위기 가능성도 불거졌다.

태국 바트화와 싱가포르 달러, 필리핀 페소화 등도 5년 이래 가장 나쁜 수준으로 가치가 추락했다.

◇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위안화 평가절하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아직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가 여전한 상태에서 세계 경기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디플레이션 수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세계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2008~2009년)와 유럽 재정위기(2011~2012년)에 이어 10년 내 세 번째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델리티의 도미닉 로시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최근 발생한 세 번째 디플레 물결은 중국발 쇼크에 따른 신흥국 위기로부터 발생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의 위기가 외환시장의 혼란을 시작으로 원자재, 부채, 주식, 실물 경제의 동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중국발 불안이 걷히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변수도 금융시장의 동요를 유발할 요인이다.

이달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시장의 자금 이탈에 속도가 붙어 신흥국 경제가 더 휘청거릴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주요 기관들이 미국에 금리 인상 시점을 미뤄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은행의 카우시크 바수 수석연구원은 최근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생긴 세계 금융시장의 동요를 주목하면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시장이 '자본 유출 공포'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금융시장의 반등은 일시적이고 추세적인 하락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지금은 그나마 저유가라서 괜찮은 부분이 있는데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내년 하반기에 유럽 양적완화가 끝나면 유동성 축소 시대가 도래해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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