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정화 추진 여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 질의를 통해 다루면 된다"고 맞서다가 결국 파행을 빚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증인 선서를 마친 뒤 업무보고를 하려 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곧바로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했다.
유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공론화도 없었는데 발표 시기만 남았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며 "황 부총리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 의원은 또 "국정화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집착 때문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이게 무슨 의사진행 발언이냐"며 "국감 첫날부터 이런 식으로 하자고 하면 국감이 되겠느냐"고 반발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도 "황 부총리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이므로 역사를 한 가지로 가르쳐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오늘 국감에서 질의를 제대로 하려면 방침이 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을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교육부 김재춘 차관이 영남대 교수 시절인 2009년 논문에서 '국정 교과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도인데 반해 검인증은 이른바 선진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도'라고 밝힌 바 있다"며 "학자적 양심에서 쓴 이 내용이 맞는지, 지금 추진하려는 국정화 방안이 옳은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가 이슈인 만큼, 본 질의를 통해 충분히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문대성 의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의견이 다를 수 있으니, 먼저 시작해 충분히 질의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 업무보고에는 국정화 문제에 대한 내용이 일체 빠져있다"며 "업무보고를 시작하기 전에 장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선행돼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박주선 위원장은 "관련 내용이 생략돼있는 게 맞다. 국정화 문제를 소상하게 삽입해 보고해달라"고 요구했고, 황 부총리는 "추가 보고하겠다"고 대답했다.
교육부 업무보고에는 '11월까지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를 진행중',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교과서 편찬 준거자료 개발 진행중' 식으로 설명돼있을 뿐, 국정화 여부에 대한 교육부 방침은 빠져있다.
야당측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이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국정화는 국민의 사상과 사고를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가 정체성을 세우는 문제이기 때문에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며 정회를 요청했다.
반면 새누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업무보고를 보면 그나마 요건은 갖추고 있으니, 본 질의를 통해 답변을 듣는 게 온당한 태도"라며 "지금 정회하면 또 어떻게 속개해 진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결국 여야 모두 물러서지 않은 채 고성과 공방만 오가면서,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5분쯤 결국 정회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