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 축구는 이재성(전북)의 등장에 환호했다. 자신의 A매치 데뷔전부터 종횡무진한 이재성은 대선배인 박지성과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을 절반씩 섞어놓은 듯한 경기력은 축구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물론, 새로운 스타를 찾는 축구팬을 열광하게 하기 충분했다.
8월에는 권창훈(수원)이 한국 축구계를 들썩이게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출전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의 우승에 힘을 보탠 권창훈은 곧장 기성용(스완지 시티)와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며 축구대표팀의 ‘신형 엔진’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재성과 권창훈의 등장에 축구대표팀 중원은 더욱 단단해졌다. 기성용과 이청용, 그리고 손흥민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남은 한 자리의 주인을 찾는 일이 시급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잦은 부상으로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재성과 권창훈은 자신에게 주어진 대표팀에서의 기회를 십분 활용해 슈틸리케 감독과 축구팬에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렇다면 리그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경쟁 관계인 이들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레바논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3차전을 3-0으로 마치고 돌아온 이재성은 권창훈에 대해 “비록 내가 나이는 많아도 (권)창훈이는 배울 점이 있는 후배”라고 평가했다. 권창훈 역시 ”같이 축구를 하는 동료로서 배울 점이 많다. (이)재성이 형의 장점을 많이 습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짧은 평가였지만 둘 사이에는 치열한 경쟁심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의 부상으로 구자철은 물론, 김승대(포항)까지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오갔던 다양한 선수들이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치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원했던 상황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까지 대표팀에 왔던 모든 선수가 자기 역할을 충분히 했다. 대표팀에서도 경쟁해야 한다는 선수들의 생각에 팀이 발전했다”고 기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물론, 축구팬에게도 K리그와 대표팀에서 이재성과 권창훈이 펼칠 선의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