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제1야당이라는 지위와 그래도 민주화·통일 운동을 하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이유 등으로 민심의 지원과 동정이라도 받았지만 작금엔 심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조차 '당의 미래가 없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친노, 비노, 호남, 비호남을 가릴 것 없이 당의 단합과 선거 승리는 암담하다는 진단을 내린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까지 이대로 놔두면 당이 망한다고 말하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정세균 전 대표까지 모처럼 입을 열어 "이대론 안 된다"고 동조한다. 당 분란의 원인과 해법은 다를지언정 '큰 일 났다'는 목소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
과연 새정치연합이 내년 4월 총선에서 몇 석이나 얻을 수 있을까?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지난 주 CBS노컷뉴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내에서 80~100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100석 미만의 의석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일 "많은 국민이 내년 총선에서 100석 이하로 예상한다"며 거듭 새정치연합 참패를 단언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일 "새누리당이 개헌선인 200석 이상을 독식할 수 있다"면서 "아주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새정치연합 내부 상황에 정통한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도 "역대 최악의 선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인은 "70석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4월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실시된 18대 총선의 경우가 그랬다. 서울 48개 지역구 중에 7개, 인천 12개 중에 2군데에서만 당선됐다.
내년(2016년) 선거 결과는 81개 의석을 차지한 18대 때보다 나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유는 그때처럼 통합민주당으로 단합되지도 않았고, 호남 유권자들이 뭉치지도 않았으며 젊은 층의 견제 심리도 없을 뿐더러 당원들의 이탈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출발선이 40%이지만 야당은 20%에서 시작하는 등 선거 경주의 출발 자체부터 여당과 현격히 차이가 난다.
(선거판)경기장의 기울기(한쪽 쏠림 현상)가 8년 전보다 심화됐다.
호남 신당이 출현하여 분열의 선거를 치르게 되면 새정치연합이 60석도 장담하기 어려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수도 있다.
제1 야당이 이 지경까지 곤두박질친 데는 수십, 수백 가지 원인이 아른거리겠지만 지금은 누가 누구를, 제도를 탓할 상황이 아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지 한쪽(친노든, 비노든)은 이미 등을 돌린 상태다. 승복을 하지 않고 뒷짐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야당엔 승복 문화가 없다.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신임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순간 분당됐다"고 말했다.
야당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절벽 위에서 '기사회생'하는 길은 없는 것일까?
있다.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아니 받아들일 가망이 별로 없는 방안이겠지만 먼저 모두가 '석고대죄'하는 것이다. 이유를 따지지 말고 '무조건 잘못했다', '반성한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달라'고 비는 것이다.
그리고 불출마를 선언하고 여의도에서 짐을 싸는 것이다. 20대 총선 이후 재보궐 선거를 겨냥하든, 4년을 쉬든, 아니면 여의도를 떠나든 자유지만 내년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대규모 선언을 하는 것이다. 특히 친노 딱지가 붙었거나 80년대 운동권 핵심 세력들로서 강경 투쟁을 일삼았던 의원들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만약 민심을 모르고 어떤 식으로든 재출마할 경우 국민이, 민심이 핀셋으로 그들을 뽑아낼지 모른다. 지난 18대 때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후보가 새누리당 공천을 주도했다 퇴출되듯이 말이다.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다.
당 대표든 도부수든 그에게 정치 생명을 내맡기고 처분대로 하시옵소서…라고 기다리면 모를까?
새로 당을 맡은 리더가 국민 경선을 실시하든, 전략공천을 하든 모두가 군말없이 받아들일 때 국민은 야당이 달라졌다고 쳐다볼 것이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백가쟁명을 중단하고 일사분란한 리더십을 보여줄 때 국민은 야당에 표를 줄 준비를 할 것이다.
단결은 생존의 기본이자 필요조건이다.
그런데 결론은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소속 의원들은, 당원들은 그렇게 못 할 것이다. 여전히 '나는 살겠지'라는 안이함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당원들이나 지지자들보다 빈약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13일 밤 12시가 되면 왜 이런 '기상천외'한 제안을 하는지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