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살려야 한다" 삼성의 '라틀리프 노이로제'

슛을 시도하는 삼성 김준일(등번호 31번)과 그 장면을 지켜보는 라틀리프 (사진 제공/KBL)
농구 경기에서 각 선수가 팀내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USG%(Usage Percentage)는 선수가 공격을 책임지는 빈도를 따지는 계산식이다. 선수가 코트에서 뛸 때를 기준으로 해당 선수의 슛 시도 혹은 실책 등으로 공격이 마무리되는 빈도를 계산한 식이다. 더 간단히 설명하면 슛을 많이 던지는 선수의 USG%가 높다.

40분 경기에서 슛을 던질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득점력이 좋은 선수가 가급적 자주 볼 터치를 하고 공격에 관여하는 것이 팀에게는 이로울 것이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열린 외국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영입했다. 라틀리프는 지난 시즌 평균 29분을 뛰어 20.1점, 9.9리바운드, 1.7블록슛, 야투성공률 65.6%를 기록해 울산 모비스의 사상 첫 리그 3연패에 기여했다.

라틀리프의 지난 시즌 USG%는 28.3%였다. 모비스에서는 문태영(29.3%) 다음으로 높았다(참고로 지난 시즌 가장 높은 USG%를 기록한 선수는 고양 오리온스에서 뛴 트로이 길렌워터로 40.8%를 기록했다. 현재 창원 LG에서 뛰고 있다).

그런데 삼성으로 팀을 옮겨 개막 2연전을 마친 라틀리프의 올 시즌 USG%는 18.3%에 불과하다. 모비스 시절에 비해 팀 공격에 자주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라틀리프는 올 시즌 2경기에서 평균 34분을 뛰어 15.5점, 9.0리바운드, 야투성공률 68.4%를 기록하고 있다.

이상민 감독은 고민이 많다. 삼성은 라틀리프를 활용한 공격 패턴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무엇보다 라틀리프가 골밑에서 자리를 잡았을 때 정확한 타이밍에 정교한 패스를 건네는 플레이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 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야 할 길은 보이는데 가기가 쉽지 않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계속 강조하지만 막상 경기에서 잘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스트레스만 남는다.

라틀리프와 하이-앤드-로우 공격을 펼쳐야 하는 삼성의 프로 2년차 빅맨 김준일은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준일은 "라틀리프가 합류한지 얼마 안 됐다. 그리고 완벽한 하이-앤드-로우 공격은 한 경기에 많아야 3-4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내가 패스를 넣어줘야 할 때 그러지 못하니까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다. 압박감을 많이 느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준일의 잘못은 아니다.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이다. 시즌 개막이 한달 여 앞당겨진 여파도 있다. 선수들은, 특히 가드들은 지금 라틀리프와의 호흡을 맞춰나가는 단계다. 라틀리프는 모비스에서 3시즌을 뛰었다. 그때는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이해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김준일은 나름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나는 (함)지훈이 형처럼 패스를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있는 돌파를 먼저 하고 패스를 주자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안으로 파고 들어가 라틀리프를 막는 외국인선수가 내게 도움수비를 오게 하고 패스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부산 케이티와의 원정경기에서 하이포스트에 위치한 김준일이 돌파로 상대 빅맨들을 자신에게 유인한 뒤 라틀리프에게 좋은 찬스를 연결해주는 장면이 몇차례 나왔다.

삼성이 라틀리프의 활용도를 끌어올리고 더 효율적인 공격 방법을 찾아나간다면 개막 2연전보다는 나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라틀리프의 플레이 방식을 잘 아는 문태영의 복귀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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