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편향 보고서, 기본 요건도 못 갖춘 수준 이하”

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포털 뉴스서비스의 평가와 대안’ 토론회

“이걸(여의도연구소 보고서) 보면서 한마디로 웃프다(웃기면서도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전하게 토론해 볼 최소한의 요건도 못 갖췄다. 작위적으로 동원된 관제 보고서이다.”

김동윤 대구대 교수의 평가이다. 김 교수뿐만이 아니다. 이날 모인 언론학자들은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국방송학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으로 14일 서울 종로구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포털 뉴스서비스의 평가와 대안’이라는 주제의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근 언론계 현안에 대해 기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지난 3일 새누리당은 3일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메인 화면에 노출된 뉴스콘텐츠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서강대 가족기업 '미디어 컨버전스 랩'에 의뢰한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보면, 1월부터 6월까지 5만 건의 데이터를 조사 분석한 결과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서비스 메인 화면이 기사 선택과 제목의 표현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고, 노출 빈도 또한 편향된 여론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로 인해 김무성 새누리당을 필두로 새누리당은 포털이 정부.여당에 부정적이라며 편향적이라고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음 총선과 대선을 위한 포털 옥죄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포털 뉴스의 문제점을 제기하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언론학자들은 이 보고서에 어떻게 해석할까. 이날 모인 발제자 포함 토론자들은 해석 이전에 보고서 자체가 수준 이하라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털 뉴스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과 개선 방안’이라는 제목을 공동 발제한 이영주 MyOn정치미학연구소장과 심영섭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보고서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 15가지를 꼽았다.

특히 기사 제목만으로 긍정, 부정, 중립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는 기사 내용 분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교수는 이를 “제목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마치 사람 얼굴만 보고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밖에 발제자들은 ▲연구배경으로 제시한 이용률과 신뢰도를 동일하게 보는 무리한 가설 ▲대표 연구자를 제외한 연구진의 전문성을 검증할 수 없는 점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뽑았다는 의심 ▲긍정, 부정, 중립은 가치판단으로 임의적이며 주관적 ▲때문에 긍정, 부정, 중립 분류 기준에 따른 백분율은 분류기준, 프레임의 정의가 없기 때문에 신뢰 불가 ▲뉴스 제목을 가지고 ‘여 vs 야’ 지지 혹은 비판 기사라고 판단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 ▲대형 사건·사고 발생 시 정부에 대한 비판 많다는 점 고려하면 여당과 야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 비율은 19.1%와 19.6%로 큰 차이 없어 편향이라고 볼 수 없음 ▲행정부와 여당을 묶어 야당과 비교하는 것은 정확한 비교로 보기 어려움 ▲기사를 공급하는 언론사의 기사 경향도 함께 분석해야 의미가 있음 ▲다음과 네이버는 언론사 동의 없이 포털 제목 변경을 금지하고 있음(제한적으로 글자만 축소) ▲언론 역할에 대한 연구자의 관점 반영 여부 ▲긍정, 부정 사례로 제시한 기사 제목 옆에 출처가 전혀 없음 ▲‘객관적 자료의 지속적 공개’를 언급하는데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편집 내역을 공개 중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박진우 건국대 교수도 “이 보고서는 공정성도 아니고 빅데이터도 아니다”며, “이 안에 뚜렷한 정치적 의지가 보인다는 건 두 말 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논평할 시간조차 아깝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학문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실한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가 포털을 압박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편집국장은 “포털은 오히려 과도하게 중립적이고 그래서 (정부, 여당)에 편향적이다”면서 “포털의 기계적인 편집이 쟁점을 희석화하고 오히려 무미건조한 기사로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군사독재 시절 3S와도 비교하며, “포털이 진짜 뉴스를 쓰레기 뉴스로 덮는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언론의 사명은 중립이 아니라 권력 비판에 있다. 포털이 기계적 중립에 치우쳐 비판을 은폐한다면 공적 플랫폼으로서의 포털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고 문제 제기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날 ‘다중의 커뮤니케이션을 향한 규제와 통제,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이번 보고서의 진정한 목표는 대중들에게 협소한 정치적 대립 구도만을 보여줘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중에게 정치란 지저분하고 지겨운 것이라는 상식을 확인시켜 주면, 지저분하고 짜증나는 포털과 인터넷 언론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며 “대중은 정치적 이슈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주변 이슈(스포츠, 예능, 드라마 등등)에 더 민감하게 될 것이고, 포털에게도 손익계산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투표율을 낮추고, 정치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 것”이라며, 이는 “결국 자본과 국가가 모두 만족하는 결과이다. 이것이 가장 두려운 지금 국면의 정치적 효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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