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추리물 '탐정', 애물단지 '루저' 남편들의 반란

[노컷 리뷰] 수사 속에 잘 비벼진 가족과 코믹 키워드

영화 '탐정' 스틸컷. (사진=공식홈페이지 캡처)
'추리'와 '코믹', 섞고자 한 시도는 많았지만 잘 섞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뚝심 있게 과제를 수행해냈다.

여기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 태수는 경찰대학교 출신의 이름난 수사관이지만 '강성'인 성격 탓에 위로부터 미움을 사, 불량식품 조사나 하게 생겼다. 다른 남자 대만은 경찰 못지 않은 수사력과 추리력을 자랑하지만 육아와 만화방 지킴이를 업으로 삼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결코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없는 두 사람은 억울한 누명을 쓴 부하 직원 겸 친구 준수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쳐 미제 살인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미제 살인사건'이라는 영화의 주 소재에 겁먹기는 아직 이르다. 영화는 충분히 추석 대목을 겨냥할 수 있을 정도로 가족적이다. 심지어 살인사건을 통해서도 '부부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영화를 이끌어 가는 두 캐릭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철저히 '을'의 위치에 있는 두 남자의 유일한 특기는 수사와 추리다.

포인트는 바로 캐릭터가 가지는 양면성이다.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두 사람에게서 어딘가 모자란 남편이자 아버지의 면모가 보일 때,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한다. 진지하고 긴장감 넘치는 추리 수사물 영화와 분명히 다른 지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사 현장에서 아기의 기저귀를 가는 대만이나, 고무장갑 하나에 명운이 엇갈리는 태수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변변한 직업이 없는 대만은 루저 중의 루저다. 만화방을 지키지 않고 수사에 골몰하는 그는 번번이 아내와 부딪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가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남편의 역할을 다해내려고 분투하는 모습이 그렇다.

권상우는 마치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속 고교생 지훈의 성장판처럼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만만치 않은 형사 태수와 아내의 구박에도 굴하지 않는 입담이 돋보인다. 실제로 아버지인 그가 연기하는 아버지 캐릭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성동일 역시 '강성' 형사와 '을'인 남편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매력을 뽐낸다. 서슴없이 비속어를 쓰면서 대만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재미를 더한다. 그렇게 기를 죽여도 결국은 대만을 위하는 모습이 꽤 인간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만과 태수의 코믹 요소를 위해 대상화 된 '아내들'이다. 대만과 태수의 아내들은 모두 기가 드센 '아줌마'로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하는 일은 주인공 두 사람을 구박하고, 화내고, 바가지를 긁는 것이 전부다. 어쩔 때는 남편 마음을 몰라주고 가정만 1순위에 두고 있는 이들이 매정해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태수의 아내는 가정의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태수와 대결 구도에 가려 그리 인상적으로 남지는 않는다.

두 아내들은 대만과 태수 캐릭터에 웃음 포인트를 만들려고 소모된 느낌이 강하다. 이 같은 클리셰가 웃음 유발의 촉매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성 캐릭터들이 거기에 갇히지 않았다면 그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수사물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를 충족시키긴 힘들 수 있다. 한국판 셜록과 왓슨이라고 하기에 이들은 완벽하지 않다. 일단 셜록과 셜록의 만남이라 서로 협조하는 과정에서도 충돌이 계속된다. 수사에서도 어디 하나를 놓치거나 모자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짜임새가 있으며 두 탐정의 가족사는 추리 과정 속에 부자연스럽지 않게 녹아들어 제 역할을 다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게 인간적이라 따뜻하고 즐겁다. 추석 대작들 속 '탐정: 더 비기닝'이 숨은 다크호스가 될 것 같은 이유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