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시도 교육감 "교육과정 개정 중단" 요청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전국 시도 교육감 14명이 정부의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및 2015교육과정 개정 중단을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교육감들은 17일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일방적이고도 근시안적인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며 "개정에 포함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국민 역사관을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교육감들은 "졸속적인 교육과정 개정으로 교육 현장이 혼란에 휩싸이고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1년 개정된 교육과정의 적용마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또다시 교육과정 개정을 충분한 논의도 없이 조급히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

이들은 또 개정을 통해 신설 예정인 '안전한 생활' 교과와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서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증요법을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이라며 "교육과정에 대한 깊은 철학이나 장기적인 안목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과정 논의를 위한 교육전문가 연구단을 구성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교육 백년지계를 세울 것을 촉구한다"며 "교육감들도 논의기구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오는 23일쯤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한 뒤, 다음달 안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구분 고시를 강행할 방침이다.

이날 공동 성명에는 대구와 경북, 울산 등 3곳의 교육감은 동참하지 않았다. 다음은 공동성명 전문.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 중단을 요청합니다
정부는 이번 9월 말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할 예정입니다. 초·중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졸속적인 교육과정 개정으로 교육 현장이 혼란에 휩싸이고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1년 개정된 교육과정의 적용마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지금 정부가 또다시 교육과정 개정을 충분한 논의도 없이 조급히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바뀐 교육과정에 적응만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고, 학생들은 잦은 교육과정 개정으로 교육내용 중복과 학습 결손을 동시에 겪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습량 적정화와 인문·사회·과학 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 함양 등 정부가 말하는 교육과정 개정의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는 보다 깊고 넓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 포함되어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국민의 역사관을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아울러 '안전한 생활' 교과와 '소프트웨어' 교육의 신설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증요법을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깊은 철학이나 장기적인 안목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에 우리는 일방적이고도 근시안적인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의 중단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교육과정 논의를 위한 교육전문가 연구단을 구성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육의 백년지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교육감들은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그 논의기구에 적극 참여할 것임을 밝힙니다.

2015. 9. 17.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부산광역시교육감 김석준
인천광역시교육감 이청연
광주광역시교육감 장휘국
대전광역시교육감 설동호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최교진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충청북도교육감 김병우
충청남도교육감 김지철
전라북도교육감 김승환
전라남도교육감 장만채
경상남도교육감 박종훈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이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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