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헬조선에서 흙수저 빙고게임하며 노올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요즘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가운데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다. 지옥이라는 뜻의 헬과 한반도를 뜻하는 조선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원래는 KBS의 대하사극 <정도전>의 게시판에 헬고려 vs 헬조선 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조선을 비하하던 것이 언제부턴가 우리 현실을 빗대 표현하는 말로 자주 쓰는 말이 됐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지옥같은 나라'라는 섬뜩한 표현이다. 젊은이들이 오늘 이땅에 살아가기가 지옥처럼 힘들다는 뜻이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블로그 6억 9,922만 7,349건과 트위터 72억 8,472만 2,255건을 분석한 결과 '헬조선' 언급량은 2014년 5,277건에서 올해 9월 초까지 10만 1,700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헬조선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헬조선'의 연관어로는 '노오력'이 있다. "이 세상에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어딨느냐"는 기성세대의 훈계를 비꼬는 표현이다.

'노력'이 아니라 '노오력' 또는 '노오오력'이라는 식으로 '노'와 '력' 사이에 '오'자가 많이 들어갈수록 비꼬는 정도가 심해진다.

청년들에게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지 오래다.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청년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게임이 흙수저 빙고게임이다.

'연립주택에 살고있음', '알바 해본 적 있음', '1년 내내 신발 한두 켤레로 번갈아 신음', '가계부채 있음', ' 집에 차가 없거나 연식 7년 이상', '본가가 월세이거나 1억이하 전세', 부모님이 정기건강검진 안 받으심', '여름에 에어컨을 잘 안틀거나 아예 없음', 등등 25개 항목의 예시가 나오고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든 5개 항목이 한 줄로 연결되면 그 사람은 '흙수저'라고 한다.

흙수저 빙고게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금수저·은수저를 빚댄 말이다.

청년실업 시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고 사회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돼 부모의 부와 권력이 세습되고 있다는 청년들의 현실 인식이 강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심지어 초등학생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니 자신의 꿈은 재벌3세인데 아빠와 할아버지가 도와주질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청년들이,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청년들에게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울 수 없다.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대한민국과 관련된 감성 연관어로 '자랑스럽다'는 표현은 2012년 24위(1만 2,535건)에서 2013년 28위(9,179건), 2014년 40위(6,898건), 2015년 48위(2,993건)으로 추락했다.

헬조선을 벗어나기 위한 방안은 대한민국을 바꾸고,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탈조선이다.

탈조선, 이민이라는 단어가 그래서 또 유행한다.

청년들과 관련된 각종 표현들도 삼포세대 오포세대에서 이제는 N포세대로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헬조선에서 흙수저 빙고게임을 하며 노올고 있는 청년들.

이런 표현은 청년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을 과장되게 묘사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이 겪고 있는 좌절감의 깊이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이 문제의 해결에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경고음일 수 있다.

청년들이 더이상 대한민국의 현실에 좌절하고 미래에 희망을 갖지 못한다면 대한 민국에 미래는 없다.

더 많은 청년들이 '헬조선'을 원망하고 탈조선을 꿈꾸기 전에 이제 우리 모두가 무엇을 해야할지 질문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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