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할 수 있는 나라' 日…한반도 유사시에는?

한반도 급변사태시 출병 여부, 일본 입장 불분명

(자료사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핵심으로 하는 안보법안이 19일 일본 의회를 최종 통과함에 따라 한반도 안보와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 7월 관련 안보법안을 중의원에서 가결시킨 데 이어 참의원에서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했다.

거대 집권여당과 사분오열된 야당의 형세로 미뤄 안보법안 통과는 중의원 가결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이후 일본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가 다소간의 변수가 됐지만, 일본 재무장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아베 내각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안보법안 통과는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이 전후 70년간 견지해온 '평화헌법'의 근간을 무너뜨려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 변신하는 본격적인 단계로 풀이된다.

평화헌법은 '전쟁 포기' 선언을 핵심으로 하는 일본 헌법 제9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헌법 9조는 국제분쟁의 해결 수단으로서 무력 사용을 영구히 포기하고 육해공군 등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일본 우익의 집요한 군국화 부활 책동은 이미 1950년대부터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데 이어 재무장의 수위를 점차적으로 높여왔다. 2007년 방위청이 방위성으로 승격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처럼 일본 자위대는 무늬만 자위대이지, 방위비 규모나 첨단 무기 등을 감안할 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을 갖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안보법안 통과로 일본은 집단자위권 행사라는 날개까지 달게 됐다.

집단자위권은 일본이 공격받을 때만 반격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에서 벗어나 동맹국이나 주변국이 공격당할 때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자위권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보편적인 원칙이긴 하지만, 일본의 과거 전력과 불안정한 북한 정세를 두루 감안할 때 우리로선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문제다.

물론 일본 정부는 집단자위권 행사도 당사국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우리 영역 내 자위대 활동에 대해서는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일본 측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급변사태 발생 등에 따른 한반도 출병 여부에 대해서는 일본 측 입장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또 과거사 문제 등과 관련해 실언과 허언을 거듭해온 아베 내각과 우익세력의 전력을 감안할 때 일본 측 입장을 과연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제는 이런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이번 안보법안 통과가 미국의 강력한 지지 속에 이뤄진 것임을 감안할 때 우리로선 대놓고 싫은 기색을 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보 등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강화는 말로는 북한 도발에 대비한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중국 견제 목적이라는 게 지배적 견해다.

미국과 중국이란 G2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로선 일본과 전략적 이해가 다름에도 불구, 삼국동맹 차원에서 집단자위권 등 안보법안 통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매우 불편한 현실이다.

만약 미국이 남사군도 분쟁 등으로 중국과 무력충돌을 벌이게 된다면 우리도 일본군의 손을 잡고 함께 끌려들어 갈 공산이 커진다.

또 한반도 유사시에는 일본 자위대가 주일미군과 함께 한반도에 다시 발을 들여놓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굳이 무력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본이 안보법제를 발판 삼아 군비 증강에 나서는 것 자체가 동북아의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아베 내각은 이번에 '해석개헌'이란 꼼수로 안보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평화헌법 개정을 시도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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