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측은 지난해 9월 미국산 F-35A를 차기 전투기로 선정하면서 4개 기술을 절충교역(무기구입 대가로 기술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종합하면, 방사청은 AESA 레이더 등 핵심기술 4가지의 기술이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쉽게 승인할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지난해 9월 차기 전투기로 F-35가 선정된 뒤 나는 절충교역에 부정적 의사를 밝혔는데, 당국은 기우라면서 4개 기술을 절충교역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방사청과 공군은 절충교역에 합의했다고 장밋빛 미래를 내놨지만 지금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30일 제8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뒤 언론 브리핑에서 방사청은 "우리가 제시한 절충교역에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미국 측의 수출승인(EL)은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한달 뒤 미국 정부는 '어느 정도'의 기대조차 무산시키면서 4개 기술 전체를 승인거부 결정했다.
국감에서는 또 방사청이 애초 F-35A 제조사인 록히드마틴과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에서 '미국 정부의 EL이 나오면 기술을 이전한다'는 식으로 합의했던 것도 확인됐다. 이 허점으로 인해 록히드마틴은 4개 기술의 이전 의무에서 해방됐고, 우리 측은 하소연할 곳이 없어졌다.
공군 관계자는 "록히드마틴과 계약을 체결할 때 MOU에 4가지 기술의 이전이 포함돼 있었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의 질문에 "미국 정부의 EL 승인을 전제로 해서 그런 내용이 포함됐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방사청은 4개 기술 자체의 이전이 아닌, 이들 기술을 '통합운영하는 기술'의 이전을 추진했었다는 주장도 국감에서 나왔다. 이게 사실이라면 방사청은 4개 기술의 이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알면서도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했다는 얘기가 된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4개 핵심기술에 대한 EL은 아예 신청도 안했던 것 아니냐. 국민은 우리가 이들 기술의 EL을 신청했다 거부당한 것으로 오해하는데, 당국은 아예 '가망이 없다'고 신청을 안했다"며 "다만 4개 기술을 전투기에 통합하는 기술, 그것은 EL 신청을 했다가 4월에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방사청은 이전 가능성을 낮게 본 채, 계약 상대방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록히드마틴에 4개 기술의 이전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서 국회나 언론을 상대로는 미국 정부의 이전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과장해온 게 된다.
군 관계자는 "핵심기술 이전을 하는 데는 돈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대당 1.5배의 비용을 지급하고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며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기술이전을 자신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혀를 찼다.
4개 기술의 무작정 이전을 요구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했다. 이들 기술은 우리군이 자체 개발할 한국형 차기전투기(KFX) 사업에 활용될 게 뻔했는데, KFX 사업에는 인도네시아 지분이 20% 참여한다. 미국 정부로서는 기술의 재이전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방사청은 이와 관련해 "4개 기술은 미국 정부 정책에 따라 록히드마틴사가 제공을 거절했으나 우리 측 요구에 따라 (이전이 가능항 21개 다른 기술 외에) 추가됐었다. 단지 미국 정부의 EL 승인을 전제 조건으로 제공함을 합의각서에 명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방사청은 "4개 미승인 기술과 4개 장비 개발 방안에 대해 국내 기술수준과 미국의 EL 정책 및 해외기술협력 등을 고려해 심층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