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참여 마감일은 오는 25일이지만 면세점 4곳(서울 3,부산1)의 면세운영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은 모두 다르다. 접수와 심사도 각각 이뤄진다. 따라서 서울 시내면세점을 갖겠다고 하면, 세 개 사업권에 모두 도전할 수 있다.
공격에 나선 신세계와 두산이 각각 본점과 두산타워를 후보지로 내세웠을 뿐 운영 특허가 만료되는 세 곳 중 어느 곳을 노리는지 밝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세 군데 복수지원이 가능한 만큼, SK의 워커힐과 롯데의 소공점 롯데월드점에 모두 도전하며 경우의 수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직원 고용이나 위치 혼란 등의 문제 때문에 기존 사업자가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업계의 의견이긴 하다. 7대 1의 경쟁률이었던 지난 7월 신규 면세점 경쟁 때와는 달리 4파전 정도지만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되는 등 결과에 따라 파급 효과가 훨씬 클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형제의 난'을 계기로 지배구조 문제와 일본기업 논란에 휩싸인 것은 물론 면세점 시장에서는 독과점 비판까지 받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자 메리트를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롯데면세점은 서비스업계 ‘삼성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면세점 2곳의 사수의지를 강하게 밝히는 등 수성전에 대대적인 자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은 브랜드 유치력 등에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아울렛 등 다른 유통업과 사업 노하우에서 큰 차이가 난다"면서 "35년의 면세점 경력을 가지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다른 심사 요건에 철저히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기존 면세점을 지키고 서울에서는 새로 허가권을 따내는 등 공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 신세계는, 지난 7월 신규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아픈 기억'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실상 7월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서 다시 한번 도전하는 것이 어떨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결단이 작용한 결과다.
아예 면세업에 새로 진출하는 두산의 경우 쇼핑명소 중 한 곳인 동대문(두산타워)을 후보지로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면세점이 특허를 요하는 일종의 특혜 사업인 만큼, 박용만 회장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열심히 보조를 맞췄던 것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SK 역시 절대 사수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