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의 위기, KBL 총재에겐 기회?

KBL 김영기 총재 (사진 제공/KBL)
2013년 초 프로농구는 승부조작의 마수에 걸려 혼란에 빠졌다. 그해 3월12일 한선교 전 KBL 총재는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사과의 뜻을 전하는 시간보다 리그 운영 제도 개선에 대해 언급한 시간이 더 많았다.

한선교 전 총재는 승부조작 방지를 위해 신인드래프트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부조작을 조장하는 근본 이유가 제도의 헛점에 있다면 당연히 메스를 가해야 한다.

그런데 한선교 전 총재가 주장한 제도의 개선은 승부조작 파문이 터지기 한달 전부터 이미 논의가 이뤄진 바 있는 내용이었다.

한선교 전 총재가 제안한 드래프트 제도 개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한 8개 팀에게 똑같은 확률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종전에는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4개 팀에게 1-4순위 지명권을 나눠가질 권리가 주어졌다.


KBL이 제안한 제도 개선은 약팀의 반등을 돕는 드래프트의 취지와 어긋났다.

그러나 한선교 전 총재는 "시즌 후반기가 승부조작을 조장하는 브로커들의 접근이 가장 쉬울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밀어부쳤다. 당시 프로농구는 김종규, 김민구 등 특급 유망주들이 쏟아져나오는 차기 드래프트를 대비해 일부 구단들이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않으려고 '져주기' 경기를 한다는 의혹이 있었다.

신인드래프트 제도 변경은 승부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논리적으로 따졌을 때 역으로 종전 드래프트 방식이 승부조작을 조장하는 이유가 됐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선교 전 총재는 임기 초부터 드래프트 제도의 개선을 주장해왔다. 농구의 위기를 빌미 삼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것이다.

김영기 현 KBL 총재는 2014년 부임 후 외국인선수 제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단신 외국인선수를 뽑도록 했고 더 나아가 외국인선수의 제한적 동시 출전도 가능케 했다.

그러나 현장의 반발이 거셌다. KBL은 한발 물러나 2015-2016시즌 4라운드부터 2,3쿼터에 한해 2명 동시 출전을 하게끔 제도를 손질했다. 1~3라운드는 1명만 출전하는 종전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올초에 결정된 사항이다.

그런데 프로농구에 위기가 찾아왔다. 불법 스포츠 도박 파문이 터지면서 김선형, 오세근 등 프로농구의 간판급 선수들이 기한부 출전보류 처분을 받았다.

2015-2016시즌 관중 동원이 시원치 않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출전보류로 인해 뛰지 못하는 선수들과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의 공백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첫 번째다. 그리고 시즌이 한달여 앞당겨진 여파도 있다.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을 피하기 위해 일정을 당겼지만 지금 프로농구는 치열한 막바지 순위경쟁을 펼치고 있는 프로야구와 경쟁(?)을 하고 있다.

KBL 이사회는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야 한다는 명분 하에 시즌 중 제도 변경을 결정했다. 2개 구단이 먼저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L 입장에서는 '땡큐'다. 김영기 총재는 외국인선수 동시 출전이 조금이라도 빨리 이뤄지기를 원했다. 구단이(정확히 말하면 단장이, 다수의 구단 실무진들은 이번 제도 변경 때문에 '멘붕'에 빠졌다) 먼저 나서서 바꾸자니 하니 KBL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시즌 도중에 원칙이 바뀐다. 그것도 순위 경쟁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외국인선수 제도가 바뀐다. 리그를 주관하는 연맹 측에서는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사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KBL이 원칙을 깨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KBL은 철저히 흥행 만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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