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野 혁신위 발표…전 대표들 사실상 불출마, 또다른 분란?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원들과 23일 오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혁신위는 문재인 대표의 불출마 철회와 부산지역 출마를 요구하고 전직 대표들에게는 살신성인의 실천을 촉구하며 당의 열세지역 출마를 비롯한 당의 전략적 결정을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대표는 불출마를 철회하고, 전직 대표들은 열세지역에 출마하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3일 활동을 마감하면서 제시한 혁신안이다.


혁신위를 버팀목으로 기사회생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는 "심사숙고하겠다"며 불출마를 접고 부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면 김한길,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전 대표는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지역 주민과의 약속이 중요하며 당의 혁신에 주력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혁신위 제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김한길 전 대표는 19대 때 광진갑으로 갔으며 정세균 전 대표는 고향인 무주·진안·장수를 던지고 3년 전에 서울 종로로 올라와 성공한 케이스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고향인 부산으로 출마를 하는 것과 정세균, 김한길 전 대표를 열세지역으로 내모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전 대표, 정세균 전 대표, 김한길 전 대표 (사진=자료사진)
불출마 요청을 받은 이해찬 전 총리와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에겐 '사실상 불출마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다. 따라서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최종 혁신안은 사실상 전직 대표들의 용퇴를 전제로 한 살신성인의 요청이다.

혁신위가 또 뇌물과 알선수재·공금횡령·정치자금·성범죄·개인비리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공천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함으로써 1심 무죄, 2심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계류중인 박지원 의원의 공천 배제를 겨냥했다.

박지원 의원은 혁신위의 마지막 혁신안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일 게 뻔하다.

김상곤 위원장은 "감동은 의무가 아니라 희생에서 나온다. 당 대표와 지도부에게 국민을 감동시킬 자기희생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작금의 새정치연합 상황을 볼 때 백 번 지당한 말이다. 그렇지만 전직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중진이라는 도식적인 재단을 통해 두부 자르듯 사실상 불출마를 요구한 것은 월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혼란과 분열, 갈등, 국민신뢰 상실 등 총체적인 난국이 전직 대표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당 구성원 전체의 무능과 퇴행적 행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크게는 친노와 비노로 대별되는 패권적 계파 정치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적대시하는 비타협적인 속성 등이 오늘의 새정치연합을 수렁 속으로 빠뜨렸다고 할 수 있다.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7,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했거나 친노 세력이 당을 장악하면서 전문가 그룹의 진입을 막고 그들만의 논리로 인의 장벽을 치며 이분적인 운동권적 언행을 일삼는 것이야말로 야당과 국민을 유리시킨 직접 이유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오늘의 야당을 지탄의 대상으로 만들었는데도 문제 의원들을 그대로 놔둔 채 전직 대표들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국회의원 모두의 자기 반성과 고해성사에 이은 진정한 살신성인의 자세(선당후사)가 없이는 내년 총선이 어렵다는 것은 민심의 현주소다. 혁신위원회의 마지막 발표가 오히려 당을 혼란 상황으로, 분열상으로 치닫게 하는 시발점이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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