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심상정 대표는 편지 한 통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전 중 지뢰를 밟아 발을 다친 곽모(30) 중사의 어머니인 정옥신 여사가 심 대표에게 보낸 편지였다.
지난해 6월 21사단 소속이던 곽 중사는 작전을 수행하던 중 지뢰가 폭발해 부상을 당해 4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장애인이 됐다. 수술비를 포함한 치료비 1,750만원 중 750만원을 자비로 부담했다.
정 여사는 편지에서 750만원을 빚을 내 갚았다면서, 지난달 북한의 지뢰도발로 다친 하재헌(21) 하사의 치료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것과 비교했다.
심 대표는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 우리가 언론조명을 받은 극소수 영웅들에게 열광하는 것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깊은 상처라는 이야기 아니냐"며 "(언론의 주목을 받은) 두 사람만 위로를 하고 나머지 같은 처지의 장병들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 여사는 이제 30살인 아들의 처지와 대비되는지 '세상에 이런 나라가 있느냐'고 묻고 있다. 저는 이 편지를 보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8월의 북한 지뢰도발 사건 전후로 DMZ에서는 이와 유사한 많은 지뢰사건이 있었는데, 유독 한 사람에게만 위로를 하고 나머지 같은 처지의 장병들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심 대표는 "오늘 저에게 온 정 여사의 편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잘못된 법과 제도가 있으면 빨리 고쳐주기 바란다. 나라를 위해 일한 사람들, 나라가 책임져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단장도 "최근 국회에서는 지뢰 사건에서 하사 이상의 간부가 부상을 입으면 치료비를 보전해 주기로 법 개정이 추진 중"이라며 "이 편지에서 보듯이 기존에 사상을 입은 장병에 대해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국가가 이제라도 나서서 소급을 해서 치료비 지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