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前 KT회장 1심 무죄, 檢 무리한 수사였나?

이석채 전 KT 회장 (사진=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됐다가 현 정권들어 검찰 수사를 받고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난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는 24일 벤처업체를 인수해 회사에 100억원 대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및 배임)로 불구속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임의 고의를 갖고 있었거나 비자금을 불법 영득 의사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내렸다.

이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일영(59)·서유열(59) 전 KT 사장 역시 이날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KT가 이 전 회장의 친척과 공동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등 3개 벤처업체의 주식을 의도적으로 비싸게 사들이게 해 회사에 총 103억5천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회사 임원들의 현금성 수당 27억5천만원 중 일부를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있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비자금 중 11억7천만원을 경조사비 등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년 반 심리 끝에 "당시 KT의 투자 결정은 합리적 의사결정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투자에 앞서 내부 논의·외부 컨설팅 결과 등 정식 절차를 밟았으며 이 전 회장의 강압적 지시는 없었다"면서 "검찰은 각 회사의 가치를 낮게 잡았지만 현재보다 미래 가치를 보는 벤처 투자의 특성을 간과했다"며 배임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전임 회장처럼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비서실 운영자금 내지 회사에 필요한 경조사비, 격려비용, 거래처 유지 목적에 썼다"고 판단해 횡령도 무죄로 판단했다.

축의 및 부의금 사용 중 상당수가 국회의원, 정치인, 고위공직자, 기업인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이지만 모두 KT의 주요 고객이나 주주, 관련 규제권자인 만큼 개인적 목적으로 쓴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석채 전 회장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 수사가 애초부터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일 전망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이 전 회장이 재직 중인 2013년 10월 KT 본사 등 16곳을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던 이 전 회장은 그해 11월 12일 사임했고 지난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검찰 수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이 전 회장의 사퇴 압박용 카드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도 서울중앙지검 산하에서 포스코 그룹, KT&G 등 민영화된 이후 공기업의 잔재가 남아있는 기업들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이 전 회장의 무죄 판결에 검찰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선고 직후 "당연한 판결"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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