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병역공세에 꿈쩍도 안하는 이유

'자신감'과 '정치적 궁핍화론'이 배경

21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된 '제2회 동북아 시장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문제를 거론하자 "정말 스트레스 받아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에 말끔하게 해소된 것으로 여겼던 아들의 병역문제가 최근 다시 일부 보수세력과 여당에 의해 제기되자 피곤함을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병역문제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24일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전 야당 출신이고 여당이 집권하는 상황에서 제가 조금만 비리 흔적이라도 있다면 어느 병무청, 검찰이 혐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겠느냐"며 "말끔하게 끝난 문제고 시장 제대로 할 수 있게 조금만 덜 괴롭혀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치적 공격"이라고 규정짓고 "아들이 재검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 '자신감'과 '정치적 궁핍화론'이 배경

박원순 시장의 이같은 단호한 방침은 두 가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첫째는 사실관계에 대한 자신감이다.

지난 2012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MRI 촬영 결과와 관련한 브리핑 (사진=자료사진)
박원순 시장은 이미 검찰과 병무청, 신뢰할만한 병원에서 공개검증을 받았고 여섯차례나 '문제없음' 결정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일부 보수세력과 언론에서 다시 병역문제를 거론했지만, 추가적인 새로운 의혹은 없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박원순 죽이기'를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도 새누리당 정용기, 강기윤 의원이 병역문제를 거론했지만 기존에 제기됐던 주장의 재탕에 불과했다.

박원순 시장측은 "의혹 제기 세력이 치과 문제 등을 재거론하는 등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반박할 자료는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두 번째는 병역문제로 공격을 당할수록 박원순 시장의 피해자 이미지가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논객인 조갑제씨(조갑제닷컴 대표)는 지난 22일 채널A에 출연해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문제에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의 행보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갑제씨는 "박 시장 아들의 병역문제는 이미 검찰과 병무청 등 국가기관에서 무혐의 난 사안이다. 의혹을 제기하려면 새로운 팩트를 들고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에 역공을 당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그러면서 "새로운 팩트없이 같은 소재로 계속 공격하면 '대한민국 vs 의혹제기자'의 구도가 된다.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찰과 병무청이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의혹 제기자들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와 싸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원순 시장측도 일찍이 전망하는 구도였다. 의혹 제기자들의 공세가 계속될수록 박원순 시장의 피해자 측면이 강조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강해지는 이른바 '정치적 궁핍화론'과 맥락이 같은 것이다.

'박원순 vs 의혹 제기자'의 구도가 '대한민국 vs 의혹 제기자'의 구도로 가면서 박원순이 대한민국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의혹 제기세력의 입지만 더 좁아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 "힘들지만 아프지는 않다"

박 시장은 매일경제가 최근 정치 분야 전문가 1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조사에서 37.4%를 얻어 가장 유력한 야당 주자로 꼽혔다.

25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여야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21.5%)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19.5%)에 이어 13.4%로 꾸준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박 시장측은 병역문제가 지지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시장의 한 측근은 지난주 국정감사가 끝난 뒤 박원순 시장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병역문제로) "힘들고 피곤하다. 그러나 전혀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이 걱정하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시정 모두를 정치적 잣대로 보는 시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정을 사사건건 여야구도나 중앙정치의 시각으로 해석해 지방자치의 본질이 훼손당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경찰의 교통심의 보류에 막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서울역 고가공원 사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박원순 시장측은 이같은 사정으로 인해 박 시장이 너무 빨리 중앙정치의 링 위에 오를까봐 우려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원순 시장의 한 측근은 "박 시장이 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계속 거론되고 꾸준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박 시장은 지금은 일단 성공한 서울시장에 더 관심이 많다"라고 전했다.

병역문제로 공방이 지속되면 불가피하게 중앙정치의 링 위에 박 시장이 설 수밖에 없고 이는 야권의 현 정치지형으로 봐서도 좋을게 없다는 판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울란바토르를 방문하는 동안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국내 정치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박원순 시장의 복잡한 현 속내를 드러내는 말이다.

박원순 시장이 관심이 많다는 '국내 정치'는 '야당 내부정치'를 이르는 의미다.

박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신뢰는 커녕 아직 내부 통합이나 단결도 안되니까 실망을 많이 낳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차기 대선은 물론 여당사정이나 선거법 협상 등과 관련해서는 일체 말을 아꼈다. 이는 일체 중앙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고 지켜만 보겠다는 '소이부답(笑而不答)' 화법이다.

박원순 시장은 언젠가는 링 위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병역문제를 놓고 새로운 팩트가 없는 '오픈블로우'(open-blow)로는 박원순 시장에게 KO승은 커녕 판정승조차 어려워보일 만큼 박원순 시장은 지금 강한 맷집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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