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프에서 이름만 빌렸나…유통업체는 "죄 짓는 기분"

소비자 기대 높은 '가전제품·명품'은 노세일이거나 할인폭 작아

(사진=SNS 캡처)
정가 299만원 짜리 삼성 냉장고를 반값에 가까운 199만원에…

한 대형마트가 정부 주도의 내수진작 세일 행사에 참여한다며 내놓은 상품이다. 엄청난 할인률에 솔깃하지만, 이 제품은 일찌감치 온라인 마켓에서 최저가가 180만원에 형성돼 있다. 심지어 해당 마트에서도 카드 할인 등을 통해 평소에도 210만원 대에 팔렸던 제품이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 기간(8월 14일~10월 31일) 내 진행되는 한국 블랙프라이데이(10.1~14일)가 '소란스럽고 긴' 정기 세일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은 한 두개가 아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는 50% 가까이 할인 판매되는 최신 TV와 휴대전화 등이 인기 품목이지만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는 사정이 다르다. 삼성과 엘지 등 제조업체가 참여하지 않는 만큼 전자제품에서 '진짜' 할인 품목을 찾기 어렵다.


한 가전제품 편집매장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세일 폭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제품 전체에 일괄적으로 할인이 적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몇개 품목을 한정수량으로 싸게 내놓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개별소비세 인하로 가전제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것까지 감안하면, 한국 블랙프라이데이에 소비자들이 느낄 실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전제품과 함께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명품 브랜드들도 이번 행사에 아예 참여를 안한다. 구찌와 프라다, 샤넬 등 고가의 명품들도 예외가 아닌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는 대조적이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에서 고가 명품 브랜드는 여전히 '노세일'이다. 그나마 아울렛에서 추가 할인 행사가 있지만 평소에 하던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 한국 현지화 현재'라는 제목의 사진이 인기다. 1290원짜리 제과가 '그랜드세일'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90원 할인된 1200원에 팔리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들의 기대감 때문에 '죄 짓는 기분'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행사에 세일 기간을 맞출 수는 있지만 기존 할인 폭을 늘릴 역량 자체가 안된다고 하소연이다.

가을 정기 세일은 제조업체와 협의해 매년 해오던 것이고, 할인률을 늘린다고 해도 협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정부 시책에 맞추다보니 그럴 여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이미 하고 있는 상황에서 블랙프라이데이를 또 하라고 하니 마땅히 준비할 게 없다"며 "세일만 석달에 걸쳐 진행 중이다보니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할인 효과가 커지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편의점 업계까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다고 홍보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적립률을 높이거나 1+1 행사 품목을 늘리는 정도다. 무이자 할부 행사를 통해 정부 시책에 호응하는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얼마나 발생할지 봐야할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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