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으로 버틴 남자농구 '이란을 넘어라'

2014년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의 캄라니를 밀착 수비하는 남자농구 대표팀의 양동근(등번호 6번). 그 뒤에 이란의 간판 스타 하메드 하다디가 스크린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일단 4강부터 가야 하는데…"

201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한 국가대표 선수의 푸념이 현실적인 걱정이 되고 말았다.

한국은 10월1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리는 대회 8강전에서 아시아 남자농구의 최강으로 평가받는 이란을 만난다.

이란은 작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한국의 금메달 제물이 됐던 나라다.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결승에서 이란을 79-77로 제압한 바 있다.

1년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김동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8월 대만 윌리엄존스컵 대회에서 이란을 만나 46-77로 크게 졌다.

한국과 이란의 8강 맞대결은 예상 밖이다. 한국은 카타르에 덜미를 잡히면서 F조 3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란이 E조에서 필리핀에게 완패를 당하면서 조 2위가 됐다. 그렇게 맞대결이 이뤄졌다.


이란은 여전히 강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최강이다. 지난 4차례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218cm 장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중심으로 포인트가드 마디 캄라니, 내외곽을 두루 공략할 수 있는 포워드 니카 바라미의 삼각편대가 탄탄하다.

한국의 경우 1년 전과 대표팀 구성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김주성(원주 동부), 문태종(고양 오리온),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 김선형(서울 SK) 등이 빠졌다. 그 자리가 최준용(연세대), 문성곤(고려대) 등 대학 선수들로 채워졌다.

교체 과정도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부상자가 많아 수시로 멤버 교체가 단행됐다. 대회 개막을 불과 12일 앞두고 선수 3명이 바뀌면서 그제서야 최종 엔트리가 완성됐다.

게다가 대한농구협회의 지원도 열악해 소집 때부터 선수단의 사기는 그리 높지 않았다. 마땅한 연습 상대가 없었고 수당은 절반 수준으로 깎였으며 대회 기간 초반부에는 선수들이 직접 손빨래를 하는 촌극도 있었다.

대표팀의 앞날을 걱정하는 푸념이 끊이질 않았다.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또 버텼다.

작년 아시안게임 우승의 주역인 양동근(울산 모비스)과 조성민(부산 케이티)의 투혼은 승패를 떠나 늘 눈부셨다.

양동근은 7일 동안 6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 5경기에 출전, 평균 30.6분을 뛰어 15.2점, 5.4어시스트, 5.0리바운드, 3.2스틸, 3점슛 성공률 59.1%(경기당 2.6개 성공)를 기록했다.

조성민도 5경기에서 평균 28.6분 동안 12.8점, 2.6어시스트를 올리며 분전했다. 아시아에서 유명세를 타고있는 조성민은 경기 내내 상대의 집중 수비를 뚫고 이같은 생산력을 보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이란이 한수위다. 이란의 FIBA 랭킹은 17위, 한국은 28위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서 팀 평균 득점(95.7점)과 리바운드(50.5개)에서 1위에 올라있다. 한국은 득점 7위(79.0점)에 리바운드 부문에서는 16개 참가국 중 최하위(34.8개)에 머물러 있다.

김종규(창원 LG)를 중심으로 이승현(고양 오리온), 이종현, 강상재(이상 고려대) 등 빅맨들이 골밑에서 하다디를 상대로 얼마나 잘 싸우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란을 넘지 못하면 내년 리우올림픽은 없다. 이번 대회 우승팀에게는 리우올림픽 직행 티켓이 주어지고 최소 2,3위를 해야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최종예선 진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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