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꽝이에요 꽝!" 한국 블랙프라이데이 현장 가보니…

중국인 관광객 특수로 현장 '북적', 한국인 소비자들은 "속았다" 실망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행사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와 200여개 전통시장, 16개 온라인쇼핑몰 등 2만7000개 점포가 참여하는 행사로, 업체별로 최대 50-70% 할인율이 적용된다. (사진=박종민 기자)
1일 오전 10시반,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최모(56.여)씨는 '한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리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정문에 줄을 섰다. 비도 오고 중국 관광객(유커)들로 붐볐지만 '대박 할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려고 했던 화장품 등이 세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큰 실망을 했다.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길래 왔는데, 완전 '꽝'이다. 꽝!
화장품, 구두, 이불 가게 등 다 둘러봤는데 평상시 세일보다도 못했다. 이럴거면 최대 할인을 한다고 하지나 말지, 중국인들도 우리처럼 속은 기분이 드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최씨와 함께 쇼핑을 하려고 온 이모(58.여)씨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이름을 따와서 기대한 내가 잘못"이라면서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독일산 그릇 등이 90%나 세일을 해서 엄청 많이 샀었다. 그걸 기대하며서 왔는데 정말 대실망"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행사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날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1층 화장품 매장과 2층 의류매장 등은 유커들과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소식을 듣고 온 한국인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유커들은 삼삼오오 떼지어 화장품 매장에서 상품 테스트를 해보고 한보따리 선물을 사갔다. 그러나 한국인 소비자들은 화장품이 세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불만족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한 명품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 들린 권모(30.여)씨는 "로드샵 화장품 이외 비싼 명품 화장품 브랜드 세일을 하는 줄 알고 왔는데 하나도 세일을 안한다고 하더라"면서 "대신 얼마를 사면 상품권을 주는 프로모션을 한다고 하는데 이게 그랜드 세일이냐"고 반문했다.

실제 1층 화장품 매장 직원은 "백화점 1층의 화장품 전 매장은 세일이 없다"면서 "브랜드 별로 상품권 행사가 들어간다. 우리도 30, 60, 100만원 이상 구입하면 상품권이 나가는데 30만원에 1만 5천원 상품권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2층 의류 매장에는 브랜드 별로 10%~50%까지 가을 상품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정기 세일 보다 눈에 띌 정도의 큰 폭의 할인은 아니었지만 가을 상품을 할인 받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이모(45.여)씨는 "대폭 세일을 바라고 오면 실망하겠지만 소폭의 할인으로 가을 신상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도움일 될 것 같다"면서 "기대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지하 1층 한 가방 브랜드의 한정상품 세일하는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
한정 수량의 세일 상품 정도가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지하 1층에서 진행한 한 가방 브랜드 세일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한정 수량으로 모든 가방이 15만원에 판매됐다.

종로구에 사는 김모(58.여)씨는 "딸 주려고 가방을 샀는데 이월 상품이 아니고 신상인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도 "이 가방 빼고는 평상시 세일 수준에 그쳐 아쉬웠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과 현대 백화점 등 다른 백화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신세계 본점을 다녀온 주부 김현진(34.여)씨는 "신랑 가방이 마침 필요해서 둘러봤는데 정기세일 이상으로 할인하는 상품이 아예 없었다"면서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북적이기만 했다"고 혹평했다.

이날 서울시내 백화점 곳곳에는 빨간 글씨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대문짝만하게 붙여져 있었지만, '원조 블랙프라이데이'나 말그대로 '대폭 할인'을 기대하고 온 소비자들에겐 무색했다. 몇 바퀴 돌다 성에 차지 않아 소파에 앉아있던 한 소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 일찍부터 비맞고 왔는데 살 게 없어 이러고 앉아 있다. 일부러 서둘렀는데 시간이 아까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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