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 46년 숨겨온 재혼…낳은 자식만 품을 수 없던 사연

배우 전원주(왼쪽)와 그의 아들 고재규 씨(사진=EBS 제공)
특유의 화통한 웃음으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배우 전원주(77)가 그동안 방송에서 숨겨 온 재혼 사실과,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겪은 아픔을 고백했다.


전원주와 그의 아들 고재규(51) 씨는 최근 중국으로 7박 8일의 여행을 떠났다.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여정은 오는 6일 밤 10시 45분, EBS 1TV '리얼극장'을 통해 전파를 탄다.

전원주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두 며느리를 좌지우지하는, 동세대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시어머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의 시원한 웃음 뒤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전원주는 20대에 결혼했던 첫 남편과 사별했다. 둘 사이에는 돌이 갓 지난 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1969년, 아들 하나를 둔 지금의 남편과 재혼했다. 그렇게 그는 낳은 자식과 기른 자식을 돌봐 왔다.

아들 재규 씨는 연기 생활로 바빴던 어머니를 대신해 친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는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다. 여성의 재혼에 대해 편견이 심했던 시절이었다. 재규씨가 사춘기 시절 내내 감당하기 힘든 고통 속에 살았던 이유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성씨가 아버지, 형과 다르다는 사실을 남들이 알까봐 가슴 졸여야만 했다. 친구들이 집에 오는 것도 꺼렸고, 또래에게 마음을 열기도 쉽지 않았다. 선생님이 가정 방문이라도 올 때면 문패를 가렸다. 재규 씨에게 어머니의 재혼은 그의 삶을 뒤튼 족쇄이자 멍에였다.

유일하게 재규 씨의 상처를 보듬어줄 사람은 어머니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늘 바빴고, 그는 심한 모성 결핍까지 겪었다. 급기야 재규 씨는 어느 순간 어머니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 그 빈자리를 현재 아내와의 결혼으로 충족시킴으로써 어머니를 섭섭하게 하는 아들이 됐다.

◇ 나이 쉰 넘긴 아들 끌고 중국행…서로에게 다가서기 위한 특별한 여정

전원주는 여성의 일부종사가 당연시되던 시절 재혼함으로써 아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토로한다. 재혼 사실을 46년간 숨겨 오면서 그 상처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는 전업주부가 대부분이던 시절, 연기자로서 성공을 쫓으려던 욕심 탓에 그러한 아들에게 모성 결핍까지 줬다며 못내 괴로워하기도 한다. 재혼 뒤 낳은 자식만 안아 줄 수 없던 야속한 어머니라고도 전한다.

전원주는 그렇게 낳은 자식과 기른 자식을 모두 뒷바라지 했다. 재규 씨에게 상처를 줄까 걱정돼 더이상 자식도 낳지 않았다.

자식에게 준 상처를 돈으로라도 보상해주고 싶던 어머니는 지금도 억척스럽게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한푼이라도 더 아끼는 것이 중요한 만큼 짠순이 소리 듣는 것은 대수롭지도 않다.

그리고 2년 전, 재혼의 비밀을 공유했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전원주 곁에는 이제 낳은 자식과 기른 자식만 남았다. 나이가 들수록 낳은 자식의 곁이 그리워졌다. 그렇게 전원주는 이미 나이 쉰을 넘긴 아들을 끌고 중국 여행길에 나섰다.

어머니의 재혼 이후 성씨가 다른 아버지와 형 사이에서 거리를 벌려만 갔던 아들. 이제 그 둘이 속마음을 터놓고 서로에게 다가서기 위한 특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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