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농어촌 선거구의 통폐합을 막기 위해 수도권 등 지역구가 늘어나는 지역에 시·군·구 분할을 금지하는 현행법의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인데 이 경우 농어촌 지역구 2~3곳을 지키기 위해 수도권 지역구 6~7곳을 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획정위가 농어촌 선거구를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수도권 지역구를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획정위는 지난 2일 내년 총선에 적용할 지역구 의석수를 사실상 246개로 확정해놓고도 시·군·구 분할 허용에 대한 위원들 간 이견으로 이런 내용을 발표하지 못했다고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가 5일 전했다.
획정위가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지역구 인구 비율이 2대 1을 넘지 않도록 선거구를 조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르기 위해서는 지역구 선거구를 244개로 조정해야 하지만,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현행(246석)을 유지하기로 획정위원들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일부 위원들이 "시·군·구 분할 허용을 통해 농어촌 선거구 통합을 최소화하자"고 주장하고, 다른 위원들은 "법의 초안을 만드는 획정위가 현행법(선거법)을 위반하는 방안을 마련해서는 안 되고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맞서면서 회의가 결렬됐다.
지역구 의석수 246개를 기준으로 헌재 판결대로 인구수에 따라 선거구를 재조정하게 되면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은 인구수가 초과하는 지역구 9~10개가 분구되면서 의석수가 9~10개 늘게 되고, 영호남과 경북, 강원 등은 그만큼 의석수가 줄게 된다.
시·군·구 분할 허용론은 수도권 지역에서 분구를 억제해 농어촌 선거구 통합을 줄이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분구 대상인 경기도 군포를 분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군포 일부 지역을 안양에 통합하면 군포(현행 1개)와 안양 지역구 수(3개) 를 합쳐 다시 4개로 나눠서 군포와 안양 지역의 전체 의석수(4개)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또 '양주·동두천', '포천·연천', '여주·양평·가평' 등 3곳을 '양주', '포천·가평', '여주·양평', '연천·동두천' 등 4곳으로 재조정하는 당초 방안 대신 양주·동두천에 연천을 붙여 이들 지역구 수를 현재수준(3곳)으로 유지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인구수가 기준을 넘어서는 수도권 의석수 증가를 최소화하고 인구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농어촌 의석수를 지켜주게 되면 농어촌 선거구 2~3석을 유지하기 위해 수도권 선거구 6~7개, 전국적으로 13~14개 이상의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
인위적인 선거구 조정은 당연히 형평성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시·군·구 분할을 허용하지 않은 이유는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 게리맨더링을 막고자 한 것"이라며 "일부 위원의 주장대로 시·군·구 분할을 허용하면 게리맨더링이 가능하고 의석수를 어느 지역에 배분할 것인지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수 있다는 점 등이 반론으로 나와 이 점이 논쟁이 됐다"고 전했다.
시·군·구 분할 허용론는 공식 의제에도 이르지 못한채 논란에만 불을 부치고 회의가 결렬됐지만 김대년 획정위원장(선관위 사무차장)이 획정위원들과 협의 없이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는 방안을 비롯해 농어촌 지역 선거구 통합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논의 하겠다"는 보도 자료를 일방적으로 배포하는 등 시·군·구 분할 허용을 강행하는 모양새여서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