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친박 '동상이몽'…'당헌당규' 한 목소리, 속셈은

김무성측, 우선추천은 전략공천 아냐 vs 친박, 당원투표 비중 최대 확보

내년 총선 '공천 룰' 결정에 대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새누리당 공천 내전이 5일 재개됐다. 공천제 논의 특별기구 구성을 위해 열린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친박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정면충돌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떡 주무르듯 한다. 이제 용서하지 않겠다"고 직격했다. "경고한다", "앞으로 조심하라"등 거친 말도 터져나왔다.

김 대표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여러 차례 공개와 비공개 발언을 구분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지켜지지 않아 참 아쉽다"고 맞받아쳤다. 할 말, 안할 말 가리지 못한다고 타박한 것이다. 서 최고위원이 재반박하자 "국민 앞인데 그만하라"고 역정도 냈다.

당연히 공천제 특별기구 인선은 불발됐다.

그럼에도 김 대표 측과 친박은 '당헌당규대로 공천을 하되 문제점은 보완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당헌당규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고 서 최고위원도 “당헌당규가 원칙이다”고 수차례 말했다. 양 진영이 한 목소리로 “당헌당규대로”를 외친 것이다.


하지만 노림수는 확연히 다르다. 당헌당규를 바라보는 지점이 다른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는 것이다.

◇ 친박의 '당헌당규'…당원지분 보장

친박의 ‘당헌당규대로’는 공천 경선에서 당원 지분을 늘리는 것이다. 사실 친박은 그동안 김 대표와의 줄다리기끝에 한발씩 실리를 챙겨왔다.

김 대표가 당초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했던 오픈프라이머리(국민 현장투표 경선)는 야당이 별도의 공천혁신안을 내놓아 여야 합의가 물건너가는 시기를 기다리면서 순차적으로 흔들기에 나서 무산시켰다.

이에 김 대표는 추석연휴 여야 대표 부산회동을 통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즉 전화 오픈프라이머리로 일보 후퇴하며 반격을 노렸다.

하지만 친박은 현장투표형 오픈프라이머리 외에 다른 공천룰은 야당과 협의할 성질이 아니라며 절차상 문제를 따지고 들었고 결국 김 대표는 특별기구에서 논의해 나온 안은 모두 수용할 것이라고 또 한 발 물러섰다.

100% 국민여론조사까지 무너뜨린 친박은 이제 당원투표 비중 늘리기에 착수했다. 김 대표 측과의 협상이 필요한데, 현행 당헌당규대로 국민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를 제시한 뒤 협상을 하자는 입장이다.

‘당헌당규대로’는 우선추천지역 선정과 컷오프를 통한 부적격 현역의원이나 예비후보 솎아내기로 가는 첫 관문인 여론조사-당원투표 비율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협상카드인 것이다.

◇ 김무성 '당헌당규'…전략공천은 없다. 우선추천만 있을 뿐

김 대표 측의 '당헌당규대로'는 보다 절박한 느낌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오픈프라이머리 포기에 이어 1일에는 안심번호까지 포기하고 공천제 특별기구 구성에 동의해주면서 후퇴를 거듭했다.

또 친박과 청와대의 협공을 피하기 위해 청와대에 휴전 제의를 하면서 지난 주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전략공천은 안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특별기구 인선을 양보하지 않았다. 전략공천 불가는 김 대표가 절대 빼앗길 수 없는 마지막 보루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친박과 마찬가지로 '당헌당규대로'를 내세우며 당헌당규에 우선추천은 있지만 전략공천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 대표는 당헌당규상 우선추천은 여성이나 장애인이나 현저하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 대신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권력자가 자기 사람을 심기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 '당헌당규' 동상이몽, 갈등 불씨

이처럼 친박-비박의 당헌당규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는 입장차, 해석차로 귀결돼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선추천지역과 관련해 김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새누리당은 이미 전략공천 제도를 폐지했고 우선추천지역은 아주 특수한 경우에 한하는 것"이라며 “후보들이 정쟁력이 있는 서울 강남과 TK(대구·경북)은 상식적으로 우선추천지역 해당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친박 홍문종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TK 지역도 우선추천지역이 될 수 있다"고 정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수도권 지역 역시 "야당의 센 후보가 나왔을 경우 저희가 후보가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정치는 여러 변수가 많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므로 어느 지역은 된다,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다"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한 비박 의원은 "당헌당규를 원칙으로 삼아 당원지분을 인정하는 점은 정당정치를 위해 불가피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전략공천을 당헌당규대로 완전히 불식시켜야 하는 것이며 특별기구 논의에서 후보 경쟁력 여론조사를 통한 우선추천지역 선정의 객관화, 투명화 등 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친박 의원은 "현장투표형 오픈프라이머리가 야당 반대로 무산된 상황에서 당헌당규대로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혼합해 경선을 실시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며 "후보 경쟁력 여론조사를 통해 공정한 컷오프를 실시해야 한다"고 비슷하지만 다른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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