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위한 노동시장 개혁인가] 쉬운 해고, 취업규칙 도입되면?

[노동시장 구조개혁, 쟁점과 전망] 쉬운 해고 vs 공정한 해고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제2라운드를 맞았다. 노사정 합의에 이어,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 관련 5대 입법을 두고 여야 간의 입법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CBS는 10월 국회에서 치열하게 맞붙을 입법 전쟁을 앞두고, '노동시장 구조개혁, 쟁점과 전망'을 4회에 걸쳐 짚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5대 노동법안, 핵심 쟁점은?
2. 쉬운 해고, 취업규칙 도입되면?
3. 양대 노총의 딜레마
4. 5대 노동법안 연내 타결 가능성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노컷뉴스)
기업체 차장이었던 A씨는 지난 2010년 직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3년 연속 인사 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은데다 재교육에도 성실히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정당한 인사평가 및 역량향상프로그램 최종평가 결과에도 최하위 등급에 해당하고, 현업수행 평가과정에서도 회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각종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비위행위를 해 이는 정당한 해고사유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특정 근로자나 집단을 미리 저성과자 그룹으로 분류해 놓고 차별적인 인사 고과를 했을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주어진 인사상 불이익은 부당하기 때문에 해고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


앞으로는 이런 판례들을 바탕으로 정부가 '일반 해고' 기준을 마련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징계해고'와 '정리해고'만 있어 성과 부족을 이유로 해고시킬 경우, 대부분 소송으로 가기 때문에 '공정한 해고‘를 정부 지침으로 만들어 노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 피크제' 도입이 가속화되고 장기적으로는 '성과형 임금체계'가 확산될 수 있게 된다.

또한 호봉제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에는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만 임금 체계 등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었지만 동의가 없더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면 회사가 취업 규칙을 바꿀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쉽게 해고를 한다거나 임금을 쉽게 깎는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아니다"며 "법령과 판례를 토대로 충실히 노사에 필요한 부분을 제시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자 간에 자신이 기여한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로써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정한 해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강문대 변호사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는 법원의 종합적 판단이 따라야 하는데 정부지침으로 여건과 절차를 자세히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추상적으로 기재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사용자들에게 해고를 쉽고 보편적으로 행하라는 정책적 신호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는 "이번 노동개혁이 기업 중심의 개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98년 노동시장 유연화 구조개혁의 2탄으로, 그 이상의 파급효과가 있을 걸로 보여져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도 "30대부터는 저성과자에 대한 쉬운해고와 임금피크제 등으로 임금삭감을 감내해야 하고 55세 이후에는 고령자 일자리 파견으로 전전하게 되는, 결국은 생애주기 전반에서 불완전한 노동시장의 늪으로 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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