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롯데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로 호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다.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는 내수 진작과 소비활성화 유도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이뤄진 행사다.
그러나 행사의 본격적 준비가 행사 한 달 전인 8월 중순부터 시작돼, 유통업계와 제조사 모두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졸속 행정의 부작용은 당장 한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나타났다. 명품 브랜드와 화장품 등 인기 품목 등이 행사에 빠지고 미끼 상품만 난무하자, 정기세일 수준과 다를바 없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이 행사에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한 유통업체마저 "너무 시간이 없었다", "제조업체에 마진을 포기하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는 하소연을 한 터.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한마디로 반전됐다.
지난 4일 신 회장은 "범정부 차원의 소비진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활성화를 위해 롯데의 전 계열사에 추가 행사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유통마진을 줄여서라도 행사를 활성화하라고 했던 신 회장의 '한 마디'는 6일 백화점의 '노마진' 상품전으로 구현됐고, 면세점·롯데마트·하이마트 등도 너나할 것 없이 품목과 할인률을 확대한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에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도 추가 할인에 동참했다. 서울시내 면세 사업권을 놓고 롯데와 불꽃 튀는 경쟁을 하는만큼 신세계백화점도 참여 브랜드와 할인 폭을 늘렸다. 시내 면세 사업 심사를 정부가 하는만큼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올 초만해도 한식뷔페 '별미가' 론칭을 통해 한식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선 국내 한식뷔페 진출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롯데리아 직영점에서 실시한 치킨배달 전단지 광고도 비판을 받자, 바로 서면 답변을 통해 전단지 광고 중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한식뷔페는 실제로 국내 출점 계획이 있었던 게 아니라 글로벌 외식사업을 위해 국내에 한 두 곳 시험적으로 운영하려던 것"이라면서 "골목상권 잠식 비판이 일자 바로 그 계획을 철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생긴 부정적 여론이 조그마한 문제에라도 옮겨 붙어 확대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 속에서 나온 대처로 보인다.
그러나 롯데가 지나치게 정부나 국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계획이 있는데도 정부와 국회의 눈치에 떠밀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에 이어 면세 특허 만료까지 롯데로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지나치게 눈치를 보다간 앞으로의 사업 등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