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많은 매체들이 한때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자녀들까지 끌어들여 흥미 위주의 기사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2차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송종국 박잎선 부부가 법원에 이혼 관련 서류를 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 6일. 이후 이튿날인 7일 정오 넘어서까지 두 사람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클릭 수를 높일 목적으로 포털 사이트 검색어를 반영한 송종국 부부 관련 기사들도 대량 생산되고 있다. 이 부부가 과거 TV 등에 출연했을 당시 나눈 발언부터 수 년 전의 행적을 담은 것들이 대다수다.
문제는 과거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이 부부 사이 자녀들의 발언과 행적까지도 파경과 연관지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송종국 딸, 과거 의미심장 폭로' '송종국 이혼, 과거 딸 발언' 등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려는 듯이 제목들도 자극적이다.
이해 당사자가 아닌 자녀들이 유명인 부모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자극적인 기사의 소재로 소비되는 사례는 비단 송종국 부부의 일만은 아니다. 이는 한국의 언론 환경 등 전반적인 사회·문화 요소와 관련있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미국 등의 언론은 그것이 범죄 등과 연결돼 있지 않은 이상 유명인의 이혼 기사를 이슈화하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며 "특히나 사회심리학적으로 더 큰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아이들과 연관된 정보에 있어서는 더욱 철저하게 신중을 기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한국의 언론 환경은 유명인의 사생활 등 알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는 것들을 이슈화하면서 자극적이고 서정적인 어뷰징(비슷한 기사 반복해 송출하는 행위)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언론 보도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돈을 벌 목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당사자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녀를 데리고 나오는 유명인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행복한 가정'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려는 국가의 정책적 배려도 이러한 프로그램 편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만약 이혼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노출되는, TV에서 그렇게 행복해 보이던 아이들이 겪을 아픔에 대한 책임은 국가나 프로그램 책임자, 심지어 그 부모조차도 고민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연예인, 유명인 스스로 자신과 가족을 예능 프로그램 등에 과잉 노출하는 데 따른 경각심, 그러니까 일정한 자기 윤리와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러한 체질 개선의 여지가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불행"이라며 "외국의 유명인들 스스로 '아이들의 인권은 반드시 지켜달라'고 신념을 밝힘으로써 문화·사회적인 정서로 자리잡게 한 것처럼, 우리도 연예인 직능단체 등을 중심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식으로 사회적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