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소금까지 올라와서 망쳤어요"···새까맣게 변한 농심

충남 서부지역 논·밭 피해, 주민들 제한급수에 불안

조동섭씨가 염해 피해로 빨갛게 변한 논을 근심스러게 바라보고 있다. 조씨는 "이 논에서 70%정도 수확할 수 있는데 그나마 쭉정이일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정세영 기자)
"소금이 올라오니까 벼가 저렇게 빨갛게 변하거지", "뻘건 벼를 누가 사겠어. 이 쭉정이 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남 서산시 부석면에서 만난 조동섭(68)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논은 군데군데 빨갛게 변해 있었다.

서산 천수만 간척지는 바다를 메운 곳인데, 가뭄으로 물이 마르면서 염분이 천수만 논 곳곳에서 올라와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씨는 "벼가 빨갛게 변하거나 말라서 비틀어졌는데, 괜찮아 보이는 것도 제대로 영글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천 평 정도 논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은 70% 정도인데, 이마저도 정부와 농협에서 수매를 하지 않겠다고 해 걱정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조씨처럼 간척지에서 농사를 지었던 이웃들이 염해로 논의 절반이나 60%를 버리게 된 상황이다.

내년 농사는 더 걱정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염분이 많은 물을 끌어다 쓸 수도 없어 모내기를 제 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산에서 40여 분 정도 떨어진 홍성군 서부면. 이 마을 저수지인 신리 저수지는 바짝 말랐다.

홍성군 서부면에서 콩 농사를 짓고 있는 이해균씨, 이씨가 보여준 콩 밭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사진=정세영 기자)
이 마을에서 2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이해균(38)씨는 "가뭄이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씨는 3천평 정도에 콩을 심었는데 멀리서도 노랗거나 까맣게 탄 것들이 보일 정도였다.

이씨는 "작년 수확량의 10% 정도 건질 것 같다"며 "“이제 비가와도 콩이 다 죽어서 필요가 없다. 종자대나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신리 마을에서는 50여 가구가 3만여 평에서 콩을 재배하고 있는데 이씨처럼 타 죽은 콩밭만 남은 상황이다.

충남 서부지역의 가뭄이 심각한 상태다.

서부지역 8개 시·군의 유일한 광역상수원인 보령댐의 저수율이 22%에 그치면서 8개 시·군에서는 8일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홍성 식당 주인인 김모(54)씨는 "비가 안와서 물을 좀 적게 주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러다 물을 끊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격일제 12시간 단수에 들어가기로 했던 홍성군은 주민들의 불편이 커질 것을 우려해 평소보다 물 공급량을 20% 줄이는 것으로 제한급수 수위를 낮췄다.

상황이 급박해 급한 대로 말라가는 보령댐에 물길을 뚫는 공사가 추진될 정도다.

정부는 금강 물을 보령댐까지 보내는 도수관리 설치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추진하도록 했다. 내년 2월까지 완공되면 하루 11만5천톤의 물이 보령댐에 공급된다. 임시방편으로 물길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제한급수는 내년 6월까지 그 이후에는 단수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천댐 건설 등 장기적인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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