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가 출구를 향해 나오는 순간, 밀어냄이 매우 격렬해져서 이 순간을 불의 고리라고도 부른다(혹시라도, 그 느낌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양쪽 입가에 집게손가락을 걸고 별이 보일 때까지 계속 끌어당겨 보면 된다). 겸자는 질이 자연적으로 벌어지는 것보다 더 넓게 질을 벌리고(입이 찢어지고 피가 날 때까지 양쪽 입가를 손가락으로 끌어당기는 것과 같다), 질 입구가 완전히 열리기도 전에 아기를 잡아당겨 끌어낼 수 있다(빠른 속도로 있는 힘껏 양쪽 입가를 한번 잡아당기는 것과 같다). 겸자를 서투르게 사용하면, 산모의 부드러운 조직이 갈가리 찢기고, 태아의 귀와 코가 거칠게 뜯어지며, 두개골이 움푹 파이는 등 태아를 다치게 한다.' (151, 152쪽)
사람은 누구 하나 빠짐 없이 이렇듯 어머어마한 고통을 거치면서 태어나는 고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만드는 대목이다.
오늘날 한국의 출산 풍경은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산모들은 출산이 임박해지면 병원으로 향한다. 제왕절개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산모들은 오랜 시간 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 산통을 겪으면서 어느 순간 무통 주사를 맞는다. 경우에 따라서 진통 시간이 길어지면 옥시토신과 같은 분만 유도제를 맞고, 관장·제모·회음절개로 이어지는 소위 '굴욕 삼종 세트'를 거친 다음에야 출산을 마친다.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이 세상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돕는 것은 멋진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만실로 급히 실려 온 산모들의 팔과 다리를 커프로 묶고 어깨와 가슴을 쇠로 고정하는 방식을 보고 나서는,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산모가 준비되는(여기서 준비라는 것은 회음부를 면도하고, 관장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 인용자) 대로 분만실로 즉시 옮겨지는 것이 일반적인 시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벌린 자세(절석위)로 8시간 동안 묶여 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121쪽)
유명인들이 수중 분만 같은 자연주의 방식으로 출산했다는 기사나 "누구누구는 굴욕 삼종 세트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간혹 접하게 된다. 하지만 대다수 산모에게는 비용 면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탓에 거리가 먼 이야기로 다가온다. 많은 산모들이 '다들 겪는 일이려니'라는 마음으로 출산시 겪는 수치와 굴욕을 감내하는 이유이리라.
◇ 출산에 대한 다양한 대안과 선택지들 알고 있음에도…"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과 캐나다에서 지불 능력에 상관 없이 모든 이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방식의 보건 의료 체계가 완성되었다. 재원이 마련되면서, 출산 정책과 함께 출산이 이루어져야 할 장소 역시 정해지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병원이었다. (중략) 네덜란드는 예외에 속하는 경우인데, 전체 출산의 30퍼센트가 여전히 집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산모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보험을 통해 재정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17쪽)
오늘날 99퍼센트의 산모가 병원에서 출산하는 한국 역시 197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75퍼센트가 가정에서 아이를 낳았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산업화와 더불어 국민의료보험 체계의 정착, 의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네덜란드의 사례는 한국의 변화가 반드시 정답일 수만은 없다는 증거다. 여전히 전체 출산의 약 30퍼센트가 가정에서 이뤄지고 출산의 절반 이상을 조산사(임산부의 정상 분만을 돕고 임산부, 신생아에 대한 보건 지도를 하는 의료인)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산모 사망률이 출산 10만 명당 16명으로, 미국의 17명보다 낮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미국에서도 조산사가 출산을 도왔던 여성들은 의사 주도로 출산을 한 여성들에 비해 제왕절개 비율이 낮고, 유도분만·회음절개 등의 의학적 개입이 거의 없었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이 책은 완벽한 출산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자연주의 출산이 언제나 정답이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우리가 다양한 대안과 선택지들을 알고 있음에도, 그와 같은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출산 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아직까지도 출산 방식이 산모와 태아, 가족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의료적 관행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직시할 수 있다는 데서 이 책의 남다른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