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역사교과서', 사실상 뉴라이트 교과서 될 듯

대다수 학자들 집필 거부...뉴라이트계열 학자 위주 참여 전망

대다수 역사학자들이 정치적인 성향과 무관하게 역사 교육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 거부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결국 친정부 성향의 소수 뉴라이트계 역사학자들만 집필에 참여할 것으로 보여 역사 교과서의 우경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민선언을 하고 있다. 국정화 반대 시민선언은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인천, 광주 등 전국에서 열린다. (사진=윤성호 기자/노컷뉴스)
◇ 학자적 양심…국정 교과서 "집필거부"

12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전국역사교사모임 등에 따르면 역사학자들이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맞서 집필 거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권내헌 교수는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정화를 강행하면 역사학자들은 집필을 거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사학과 박윤재 교수도 "역사학계가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는데도 국정화를 하겠다면 역사학자들은 제작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들로 하여금 국정 교과서 집필 참여 자체에 대해 부담을 느끼도록 해, 제작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게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를 찬성하는 원로 교육인사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종윤 목사(전주대 전 총장)는 "국정화 반대하는 역사학자들이 빠져도 교과서 집필할 학자들은 많다"고 주장했다.

◇ 국정교과서 뉴라이트 교과서化

결국 국정 교과서 집필에는 친정부 성향의 소수 역사학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학계는 내다보고 있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한국중앙연구소 권희영 교수, 공주대 이명희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기도 하다.

교학사 교과서는 일제의 자본 침탈을 ‘자본 진출’로 일제의 쌀 수탈을 ‘수출’로 묘사하는 등 일제의 식민지 시대를 경제적 발전기로 미화하고, 이승만과 박정희 등 독재 정권을 찬양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때문에 국정 교과서가 '채택율 0%'의 굴욕을 당한 교학사 교과서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권내헌 교수는 "국정 교과서가 교학사 교과서와 상당히 유사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일선 학교의 교사들은 국정 교과서 불복종 운동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정 교과서가 왜곡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보안할 대안 교재를 준비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국정 교과서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교과서는 교사의 양심상 사용할 수 없어 보충 교재를 통해 수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조한경 회장은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보완한 대안 교재를 만들어서 수업하는 운동을 추진 중"이라며 "국정교과서가 집필되는 순간 그런 수업 자료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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