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다큐 산문' 지평 연 여성 언론인에게 돌아가

노벨문학상 최초의 언론인 수상자

올해 노벨문학상은 벨라루스 여성 언론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가 수상했다. 언론인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은 시적 운율이 있는 문체와 우리 시대 고통과 용기를 대변한 기념비적인 문학"이라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알렉시예비치는 비평가들 사이에서 상당히 오랜기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작가다. 1948년 우크라이나에서 벨라루스 출신 군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아버지의 군 제대 후 가족 모두 벨라루스로 돌아가 정착했다.

벨라루스국립대 졸업 후 지역 신문기자로 경력을 시작한 알렉시예비치는 이후 단편 소설과 에세이, 르포 등을 쓰기 시작했다. 주로 2차대전의 실상을 드러내고 벨라루스의 독재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써온 탓에 반체제적 성향이라는 이유로 상당한 탄압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반에는 10년 간 타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산문 '체르노빌의 목소리(1997)'와 같은 작품은 그녀에게 각종 상을 안겨주며 명성 높은 작가의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소련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을 다룬 '아연 소년들(1989)' 등도 잘 알려져있다.

한림원은 "지난 30~40년 간 알렉시예비치는 꾸준히 소련 전후의 개인에 대해 그려왔다"면서 "그녀의 작품은 개별 '사건'의 역사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감정'의 역사에 관한 것이다"라고 평했다.


"체르노빌 사태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전쟁 등 그녀가 작품 속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은 소련 전후의 개인을 탐구하기 위한 발판으로 쓰였다"라고도 설명했다.

알렉시예비치가 '다큐멘터리 산문'이라는 새로운 문학적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1983년 쓰여진 첫 작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2차대전에 참전했던 소련 여성들 수백 명과 한 인터뷰를 토대로 쓰여진 것이다. 이 작품은 출판 당시 200만 부 넘게 팔리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한림원은 알렉시예비치의 논픽션 스타일 작품을 두고 " 수천 명이 넘는 아이들, 여성, 남성과 인터뷰를 했고 이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인간에 대한 역사를 보여줬다"면서 그녀의 공로를 인정했다.

또 지금까지 107번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운데 13번만 여성이 수상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알렉시예비치가 14번째 여성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또 한편의 고무적인 일이다. 직전인 13번째 여성 수상자는 2013년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다.

알렉시예비치가 탈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 2000만 원)다. 알렉시예비치의 새 책을 출간할 예정인 에디터 자크 테스타드는 영국 가디언에서 그녀의 새 책을 '경이적'이라고 표현하며, 그녀가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치를 고평가받아 왔다고 말했다.

한편 작가들에게 가장 큰 영예로 여겨지는 노벨문학상의 올해 후보로 거론됐던 작가들은 몇년 째 후보군에 오르고 있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한국 고은 시인, 노르웨이 극작가 존 포세, 미국 작가 조이스 캐롤과 필립 로스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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