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잠프로젝트, 스물두 살 차 남녀의 향기로운 음악

[노컷 인터뷰] 어쿠스틱 팝 듀오 꽃잠프로젝트

꽃잠프로젝트(사진=플럭서스뮤직 제공)
꽃잠프로젝트(거정, 김이지)는 감미로운 선율과 부드러운 기타팝을 들려주는 어쿠스틱 팝 듀오다. 지난해 EP 앨범 '스마일 범프(Smile, Bump)로 데뷔한 뒤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 활발한 OST 참여와 페스티벌 무대로 주목받아왔다.

이름처럼 참 예쁜 음악을 하는 팀이다. 드럼, 건반, 기타 등 다양한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프로듀서 거정이 만들어낸 곡, 여기에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여성 보컬 김이지의 맑은 음색이 더해져 절묘한 시너지를 낸다.

단순히 달달한 분위기의 인디 음악을 하는 팀이라고 소개하긴 아쉽다. 다행히 최근 발매한 첫 정규 앨범 '룩 인사이드(Look Inside)'가 이들을 잘 표현해준다.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꿈, 가족, 일상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담백한 가사와 멜로디로 녹였다. 귓가를 간질이는 멜로디와 곱씹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가사는 생소한 이름의 팀을 꼭 기억해야할 팀으로 만든다.

팀 구성도 참 흥미롭다. 1972년생 거정, 1994년생 김이지. 무려 스물 두 살 차이의 남녀가 만나 놀라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 두 남녀. 꽃잠프로젝트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한적한 카페에서 만났다.

Q. 팀명이 참 예쁘다. 꽃잠 프로젝트, 무슨 뜻인가.
김이지(이하 '이지') : 두 가지 뜻이 있다. '깊이 든 잠'이라는 뜻이 있고, '신혼 부부의 첫날 밤'이라는 뜻도 있다.
거정 : 순우리말인 것 자체가 참 좋았다. 원래는 미소라는 뜻의 '스마일 범프(Smile, Bump)'로 하려고 했었는데, 어느날 안녕 바다의 보컬 나무가 '정말 아끼는 단어가 있는데 잘 어울릴 것'이라면서 꽃잠을 추천했다. 듣는 순간 정말 마음에 쏙 들었었다.

Q. 꽃잠 뒤에 프로젝트는 왜 붙었나.
거정 : 특정한 팀명으로 한정 짓고 싶지 않았다. 이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각자의 꿈은 더 크고 다를 것이니까. 그런 것들이 갇힌 느낌이 싫기도 했고, 언젠가 솔로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여지라고 하기 보다는 어떤 명분을 남긴 거지. 하하.

Q. 무려 스물두 살 차이다. 어떻게 팀을 이루게 됐나.
이지 : 부모님이 모두 음악을 하셨다. 나도 당연히 해야하는 일처럼 음악을 접해왔지. 중국 유학생활을 오래 했는데, 혼자있는 시간도 많았고, 자연스럽게 곡을 쓰는 연습도 했다. 그러다 열아홉 살에 지금 회사에 들어왔다. 혼자 작업을 하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대표님께서 '너랑 잘 맞는 분이 있으니 함께 해보라'고 소개를 해주셨다.
거정 : 난 오랜 시간 프로듀서로 음악을 해왔다. 호란과 이바디라는 팀도 결성했었지. 나도 마침 적절한 시기에 이지를 소개 받았고, 함께 음악을 하게 됐다.


Q. 선생님과 제자 같은 느낌도 든다.
거정 : 사실 그런 내음을 풍기고 싶지는 않다.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뭔가를 펼치는 것에 대한 억압을 주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항상 이지를 친구처럼 대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연륜의 차이를 모두 지울 수는 없겠지만, 굉장히 편하게 대하려 한다. 이지가 나에게 화를 낼 때도 많다. 내가 자주 울리기도 하고. 하하. 큰 오빠와 막내 동생 같은 사이다.

첫번째 정규 앨범 '룩 인사이드'
Q. 꽃잠프로젝트의 음악을 소개하자면
거정 : 대중 음악에 비하면 확실히 진지한 면이 있다.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고, 동시에 영상미도 전달하고 싶다. 좋은 음악 들으면 무언가를 상상하고 떠올리게 되지 않나. 누가 나를 불러주는 것 같은 착각도 들고. 그래서 뮤직비디오 등 영상에 신경을 많이 쓴다.

Q. 맞다. 타이틀곡 '홈(Home)'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더라.
이지 : 힘든 하루를 보낸 가족들이 하나 둘 모이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고 난 뒤의 가족의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다.

Q. 시골 풍경이 담겼던데.
거정 : 대청 마루가 있는 기와집에서 3년 정도 지낸 적이 있다. 곡을 쓰게된 동기도 재밌는데, 비가 오는 날이었다. 이지가 한 숨 잔다더니 무려 3시간을 자더라. 창밖에 빗소리가 들리고 이지의 자는 모습을 보며 어릴적 대청 마루의 풍경이 떠올랐지. 그렇게 30분 만에 가사와 멜로디가 나와서 이지를 깨웠다. 다행히 이지도 시골에 대한 추억이 있더라.
이지 :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 덕분에 다른 사람 이야기같지 않고, 우리집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공감이 갔다. 녹음도 금방 끝냈다.

Q. 곡은 대부분 거정이 쓰던데.
거정 : 분명한 건 같이 만드는 음악이라는 점이다. 좋은 곡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진정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항상 함께 모여 음악을 만들면서 조율을 한다.
이지 : 서로 많은 대화를 한다. 이야기가 공감되고 충분히 머리 속에서 상상이 되는 경우에 곡이 완성된다. 일방적이지 않은 작업 방식이지.

Q. 이번이 첫 정규 앨범이다.
거정 : 전반적으로 사랑 이야기가 주다. 사랑 이야기가 아닌게 2~3곡 정도. 특별한 주제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생각하고 작업하지는 않았다. EP 때도 마찬가지도 OST 작업을 할 때도, '우리는 이런 음악을 할 것'이라고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다. 그런게 더 진정성이 있으리라 판단했으니까.

Q. 전반적으로 참 감성적이라는 느낌인데, 실제 성격도 그런가.
이지 : 노래를 듣고서는 감성적이라는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섬세하지 않다. (웃음). 덜렁대고 시끄러운 곡도 좋아한다. 술은 거의 못한다. 대신 좀비 영화를 보거나 총 쏘는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거 : 나도 술은 못한다. 조용하게 문화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혼자 있는 걸 즐긴다.

Q. 음악 방송에서 보기는 힘들 것 같고. 활동은 주로 어떻게?
거정 : 라이브 무대에 주로 서려고 한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무대에 자주 못 올라가면 민감 해지는 편이다. '곪아서 터진다'고 할까.
이지 : 11월 28일에 단독 공연을 연다. 지난해 EP 앨범을 발매했을 때 한 번 했었고, 정규 앨범으로는 처음이다. 그 외에는 주로 라디오에 출연할 것 같다.

Q. 활동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아쉬움도 있을 듯 하다.
거정 : 음악이 너무 소모적으로 변한 것 같아 아쉽다. 15년, 아니 10년 전만 하더라도 소장가치가 있었다. 스트리밍 시대로 바뀌면서 그런 게 사라졌지. 활동이 많지 않다고 해서 우리 음악을 좋아 해주시는 분들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이지 : 나 역시 흐름이 굉장히 빠르다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어떤 곡이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있는 곡은 좋은 곡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더라. 잠깐 유행한 뒤에 바로 잊힌다는 느낌이지. 그래도 감사한 건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꾸준히 새 음악을 기다려 주신다는 것이다.

Q. 목표는 꾸준히 지금처럼 음악하는 것인지.
거정 :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라는 노르웨이 출신 듀오가 있는데, 우리와 느낌이 비슷하다. 그 팀이 인기도 많고 공연도 성황을 이루더라. 그걸 보면서 우리 나라 대중도 분명 그런 음악을 기다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가시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편중된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다. 비록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우리는 길을 계속 간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지 : 나 역시 어느날 갑자기 확 떠서 화제의 인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으니까 꾸준히 음악하면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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