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회장 박용만)가 경제혁신의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판단 아래 추진 사무국을 두고 ‘속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국가의 중장기 경제어젠다가 각종 대립과 갈등으로 추진력이 분산돼 정권이 바뀌면 지지부진해져 추진동력이 꼭 마련돼야 한다는 박용만 회장의 평소 소신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대한상의는 최근 경제전문가 5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가의 경제혁신과 구조개혁 추진속도에 대해 ‘다소 지지부진하다’(55.0%) 또는 ‘거의 이루어진게 없다’(42.9%)는 답을 내놨다.
경제혁신을 위해 우선 논의돼야 할 사안(시급성, 국민공감대 기준)으로 전문가들은 규제개혁 우선순위 선정(복수응답,81.5%)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서비스업 선진화(55.6%), 노동개혁(48.1%), 구시대적 경영관행 개선(33.3%), 현장친화적 교육환경 마련(25.9%), 일선공무원 자세 개선(22.2%), 대외리스크 대비(14.8%), 금융산업 발전(11.1%), 비시장적 입법점검(7.4%) 등을 들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규제개혁, 서비스산업 발전 등 해묵은 과제들이 여전히 우리 앞에 미제로 남아있다”며 “역대 정부에서도 수차례 추진해 왔지만 대립, 갈등으로 국가의 내일을 책임질 ‘중장기 경제어젠다’의 추진력이 분산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 상명하복, 임기응변식 지시, 남성위주 운영 '확 바꾸겠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한상의는 3대 어젠다를 선정하고 먼저 ‘기업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제안했다.
이는 기업부터 확 바뀌겠다는 것으로 왜(Why?)를 알려주지 않는 상명하복, 임기응변식 업무지시, 남성위주 조직운영 등으로 얼룩진 구시대적 기업문화를 개선해 조직의 건강도를 제고해 나갈 예정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포퓰리즘 입법도 기업의 잘못된 관행에서 시작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업내 지배구조 및 기업문화 선진화는 우리 기업들이 다음단계로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선진기업환경 만들기’로 사업의 걸림돌은 없애고 생기려는 걸림돌은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그동안 바꾸기 쉬운 규제만 관심을 둬 정작 효과가 큰 규제는 뒷전에 두고있지 않나 돌이켜봐야 한다”며 “규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개선되는지 민간이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구조 혁신과 고용창출의 상관관계를 실증분석하고 다변화되고 있는 취업경로도 개발해 나가 취업난속에서도 미스매치로 발생하는 20만개의 빈 일자리를 채우고 실무위주 경쟁력 강화전략인 일-학습 병행제의 우수사례도 전파할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기업인, 정책자문단, 관련 전문가 등과 공동으로 10월중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담사무국을 설치하고 사무국장은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송의영 서강대 교수(정책자문단 간사)가 맡을 예정이다.
2개월간 3개 어젠다별 실무회의를 갖고, 12월에는 ‘중장기 경제어젠다 전략회의’를 개최해 ‘경제어젠다 제안서’를 만든 뒤 청와대, 국회,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회의가 ‘반짝 이벤트’로 기울지 않도록 “기업인 정기 조사패널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어젠다 추진지수를 산출할 것이며 정책의 실행력, 일관성, 호감도 등을 전방위적으로 볼 수 있는 잣대를 만들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라고 대한상의는 밝혔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업은 늘 하던 얘기만 한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실증증거, 연구에 바탕을 둔 토론과 검증을 해 나갈 것”이라며 “나아가 토론결과에 따라 정책설계, 집행방법까지 제시되는 실효성 있는 회의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