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60만대 판매 목표"…루나 해외진출·후속작 개발 예고
"무려 1천500만 개의 블로그를 분석했습니다. 결국 승부처는 디자인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루나(LUNA)의 성공 비결은 뭘까. 루나를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 TG앤컴퍼니는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홍선(54) TG앤컴퍼니 대표이사는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제 갓 한 달 된 루나의 개발과정과 뒷이야기를 공개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의 얼굴은 무척 고무돼 있었다. 이렇게 시장 반응이 뜨거울 줄은 자신도 몰랐었다는 표정이었다.
이 대표는 "3년간 빅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요소는 바로 디자인이었다"면서 "세련된 디자인에 합리적 가격을 입히면 성공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TG앤컴퍼니가 개발과 디자인을 맡고 대만 제조사 폭스콘이 만든 루나는 세련된 메탈 디자인에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추고도 가격 거품은 쏙 뺀 스마트폰이다.
지난달 4일 SK텔레콤[017670] 전용폰으로 출시됐는데 출고가는 웬만한 중저가 스마트폰 수준인 44만9천900원. 게다가 SK텔레콤이 출시 첫날부터 31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실구매가는 9만3천원대까지 떨어졌다. 더불어 인기 아이돌 가수 설현이 모델로 나선 TV 광고 역시 화제를 모으며 판매 열풍을 부채질했다.
현재 루나의 일 평균 판매량은 2천여대. 조금 더 힘을 낸다면 TG앤컴퍼니가 판매 목표량으로 내건 '첫 6개월, 60만대'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TG앤컴퍼니는 루나의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6개월에서 1년 안에 다른 나라에서도 루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루나의 후속작도 개발 중이라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대략적인 제품 콘셉트에 대해선 힌트를 줬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은 제조사나 통신사들이 기본적으로 집어넣는 앱들에 거부감이 많은 걸로 안다"면서 "루나 후속작은 어떻게 덜 넣을 수 있느냐에 집중한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타깃으로 삼는 고객은 프리미엄폰 고객이 아니다. 신제품은 룩앤필(디자인과 그립감)은 세련되지만 상당히 가벼운 몸체를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못지않은 사양에도 출고가를 40만원대로 낮출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이 대표는 "SK텔레콤에서 최대한 싸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농담반 진담반이었는데 그만큼 가격에 민감해진 국내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루나를 개발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추구했던 건 바로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였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제품을 계속 내놓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단독 출시와 관련해 일각에서 불거진 'SK그룹의 특별 지원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한동안 업계 안팎에서는 SK그룹과 대만의 홍하이 그룹(폭스콘의 모회사)이 제휴를 맺고 폭스콘이 제조한 루나를 SK그룹이 적극적으로 밀어줬다며 루나를 '최태원 폰'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내가 직접 SK텔레콤을 찾아가 예전에 SK그룹이 만들던 '스카이폰'을 우리가 만들어보겠다고 제안했다"면서 "제품을 가장 잘 팔아 줄 수 있고 광고도 적극 지원해줄 수 있는 SK텔레콤을 우리가 설득해 손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KT나 LG유플러스[032640] 등 다른 이동통신사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도 "다른 통신사 출시를 묻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피드백"이라고 했다.
TG앤컴퍼니는 2011년 5월 설립된 기업으로 주로 대형 화면 모니터(65·70·80인치 풀HD 디스플레이)를 생산해 왔다. 삼성전자나 LG전자[066570] 등 메이저 제조사 모니터와 기본 스펙은 유사하지만 가격은 훨씬 낮춘 제품들이었다. 이 회사가 만든 첫 스마트폰 루나 역시 상품 전략이 비슷하다.
이 대표는 삼보컴퓨터를 창업한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미국 플로리다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2012년부터는 삼보컴퓨터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