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런 정치권"…획정안 싸움에 정치신인 등터진다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회의에서 김대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싸움터와 게임의 룰을 정하는 작업이 1보도 전진하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 조차도 13일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은 13일 오후 ‘최종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는 점과 획정위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한다.


현행 지역구수를 유지한다면 인구가 적은 농어촌에서는 영호남과 강원을 중심으로 9석의 의석수 감소가 예상된다. 이 부족분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여야의 대립지점이다.

획정위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여야와 농어촌의원들이 뒤엉켜 지역구 숫자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며 싸우는 사이 획정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시한(8월 13일)을 넘긴 바 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선거구획정위원회에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안을 만들라고 한 것이다. 큰 가닥이 잡히지 않은 채 일감을 넘겨받은 획정위원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둘째, 획정위원회는 결론을 도출하기 힘든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여당,야당 성향 인사들이 동수로 포진되자 대리전이 계속됐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영하는 선거구획정안을 제3의 중립지대에서 공정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은 인적구성의 구조적 한계로 벽에 부딪쳤다.

특히, 위원장과 여야 각각 4인씩, 총 9명으로 구성된 획정위가 획정안을 의결하려면 3분의 2, 즉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러한 구조에서는 위원장의 캐스팅보트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여야의 입장차가 첨예하다면 의결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적 가치에 입각해 선거구 인구편차를 줄이라는 결정을 내린 만큼 국회가 법적인 보완을 하는 것은 입법부의 당연한 의무이자 촌각을 다투는 문제다.

여야 거대정당의 ‘느긋한’ 고래싸움에 정치신인들의 등은 터지고 있다.

정개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최측)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 말고는 정해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존폐나 분구의 갈림길에 놓인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중인 신인들은 자기를 알릴 기회가 봉쇄될 우려가 있다.

현행법상 예비후보자 등록은 12월 15일부터지만, 선거구 획정안 합의가 입법화까지 이르려면 이 날짜도 장담할 수 없다. 예비후보등록이 늦춰지면 불특정 다수에게 명함을 돌리거나 출마를 언급하는 등의 선거운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현역 국회의원과 비교해 역차별을 받는 셈이다.

더구나 김무성,문재인 여야 대표는 지난 추석연휴 때 예비후보 등록기간을 선거전 6개월로 앞당기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약속했지만 그 6개월 전은 바로 오늘(13일)이다. 이미 물거품이 됐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합의가 아무리 새털같이 가벼울지라도 여야 대표의 합의마저 보름만에 없던 일이 되는게 작금의 정치현실이다.

선거구획정위의 포기선언으로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시간이 없다. 선거를 42일 앞두고 획정안을 공포한 지난 19대 국회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회가 기준을 정하고 선거구획정위가 선거구를 정하는 절차에 신속히 돌입해 주길 당부한다. 늦춰질수록 졸속과 변칙이 들어설 자리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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