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국정교과서에 박정희 장기집권 미화

박정희 3선 개헌을 '새롭게 헌법 고쳐'로 순화, '을사조약 성공적으로 마무리' 표현

국정 교과서인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역사교과서(실험용) 일본 식민지배 당시 관련 기술과 박정희 정권 관련 내용이 미화돼 기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은 현재 중·고등학교의 검정 역사교과서의 이념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며 국정화 전환을 강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국정교과서에 식민지 사관적인 표현과 유신독재를 미화하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CBS노컷뉴스가 13일 입수한 역사교과서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뒤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저격당해 서거하기까지가 기술돼 있다.


교과서 144쪽에는 "박정희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군인들이 국민생활의 안정과 공산주의 반대를 주장하며 군대를 동원해 정권을 잡았다. (5·16 군사정변) 이후 대통령이 된 박정희는 국민들이 잘사는 것을 나라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개인의 자유보다는 국가의 발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를 실시했다"고 기술했다.

이어 145쪽에는 "박정희 정부는 새롭게 헌법을 고치고, 경제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도 함께 실시했다"고 적었다.

교과서가 '새롭게 헌법을 고쳤다'고 설명하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을 이어가기 위해 3선 개헌을 단행한 것을 지칭한 것이다.

교과서는 박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개헌을 단행했다는 사실도 적시하지 않아 교과서만 보면 박 대통령이 경제 발전을 위해 헌법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146쪽에는 "박정희 대통령은 강력한 경제 개발 정책을 실시해 우리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이바지했다. 그러나 공산주의에 맞서고 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소홀히 했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는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을 극도로 억압한 유신 선포와 중앙정보부의 조작극으로 밝혀진 인혁당 사건 등 박정희 정권의 폭거로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인데 이를 '민주주의가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고 미화한 것이다.

식민사관적인 표현도 잇따랐다.

교과서 93쪽에는 "일제의 의병 대토벌"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토벌이란 '무력으로 쳐 없앤다'는 뜻으로 이는 일본군 입장에서 쓸수 있는 말이다.

94쪽에는 "의병활동에 놀란 일본은 군대를 늘려 전국의 의병들을 소탕하고자 하였다"고 돼 있다. 소탕 여기 '휩쓸어 죄다 없앤다'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역사책에서 '의병 학살'로 쓰는 것과는 차이를 보였다.

이 교과서는 안중근 의사를 다룬 95쪽에서 "을사조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토 히로부미"라는 부분이 있다. 성공이란 단어는 통상 목적을 달성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을사조약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과서는 피해를 다루면서 우리나라가 쌀을 일제에 수탈된 사실을 "쌀을 수출하는 항구"라며 '수출'로 적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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